"20년전 톈안먼(天安問)에서 피 묻은 내 경험을 전세계와 공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한 군인이 전역 뒤 톈안먼 사태를 알리는 예술가로 활동 중이어서 화제다.
5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천광(37)은 중국 베이징(北京) 인근에 살면서 지난해부터 톈안먼 광장 진압 당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인터넷 등에 전시하고 있다.
당시 17살이었던 천광은 "지휘관은 시위대가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며 진군을 명령했다"며 "발포해도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시위대가 일반 시민인 것을 목격한 나는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않았다"며 "지난 20년간 그때 경험을 묻으려고 노력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때의 악몽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느낌"이라고 괴로워 했다.
천광이 소속된 부대는 89년 5월 19일 베이징에 들어와 인민대회당에 투입됐지만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포위당했다. 하지만 이 부대는 2주 가량 고립된 동안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옷과 음식 등을 제공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휘부의 명령으로 6월 4일 자정을 기해 톈안문 광장을 밝히던 전원이 일제히 꺼지면서 해산작전이 시작됐고 결국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천광은 "당시 학생들은 정직하고 순수해 보였다"며 "사상자들은 광장보다는 광장으로 연결돼 있는 도로에서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1995년 전역한 그는 매년 6월이 되면 당시 진압 상황이 떠올라 심한 복통 등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어렸을 적부터 예술가가 꿈이던 그는 지난해 광장을 다시 찾아 '사진 속의 현장'을 그림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89년 당시 천광은 진압 직전 현장 사진을 찍으라는 명령을 받고 필름 20통에 광장 주변 현장을 담았지만, 17통만 제출하고 나머지 3통은 몰래 숨겨 놓았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공론화를 꺼리는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재 나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있다"며 당당하게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천광은 "톈안먼 사태의 잘잘못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의 경험을 예술활동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당시 상황을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이런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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