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과당 경쟁으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진출하지 못한 미개척 시장을 우리만의 현지화 전략으로 뚫어야만 한다."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5일 서강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 주최 초청 강연에서 "외국 대형 IB들의 위기와 몰락은 오히려 우리나라 IB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 사장은 이날 '한국 증권산업의 발전방안' 주제의 강연에서 "글로벌 IB의 위기는 자기자본의 30배가 넘는 과도한 차입을 통한 투자의 부담과 위험 평가를 신용평가사에 의존하는 리스크 관리의 실패가 더해지며 초래됐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분석, 우리나라 투자은행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우리나라 투자은행의 규모는 자본과 인력에서 선진 금융회사에 비해 너무 작은 만큼 대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증권산업의 수익구조도 위탁 매매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업 인수ㆍ합병(M&A), 위탁판매, 자산관리 등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적인 IB인 골드만삭스의 총 자산이 1,120조원(2007년 기준)인 데 비해, 국내 5개 증권사의 평균 총 자산은 11조원에 불과하다. 또 미국 증권사의 가장 큰 수익이 M&A 자문(39%)에서 창출되는 반면, 우리나라 증권사는 위탁매매(44.8%)에서 나오고 있다.
유 사장은 이에 따라 "한국 증권업은 이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발해야 한다"며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신흥 시장의 금융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런 신시장을 개척해 금융 실크로드 구축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