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실종 직전이다. 국회법이 권하는 '1일 개회'나 한때 거론됐던 '8일 개회'는 멀리 갔고, '15일 개회'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대로라면 시한이 정해진 비정규직법 개정 등이 불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부를 것으로 우려된다.
4ㆍ29 재보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돌연한 서거에 따른 정치 분위기 변화는 워낙 컸다. 한나라당은 충격적 지지율 역전으로 확인된 민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쇄신론'을 놓고 내부 갈등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조문 민심'을 끌어들이려는 길거리 정치에 마음이 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의사일정 협의가 순조로울 수 없고, 네 탓 공방만 뜨겁다.
여당의 쇄신 논의는 해묵은 친이ㆍ친박 갈등으로까지 번져 해결 전망이 어둡게 됐다. 당내 여론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으로 기울고, 당ㆍ정ㆍ청 전면 개편론에 힘이 실렸는데도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소극적 자세로 '내부 화합'을 새삼 강조할 수 있는 주된 근거가 되고 있다. 내부 문제가 시끄럽다 보니 국회는 뒷전이다.
민주당은 '6ㆍ10 항쟁' 22주년인 10일 야4당과 시민ㆍ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열 예정인 '6월 항쟁 계승 및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눈길이 사로잡혀 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촛불 문화제가 포함된 대규모 장외집회의 힘을 숙원인 전국정당화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적어도 추모 열기가 식기 전까지는 장외에 머물겠다는 뜻이니, 애초에 임시국회 개회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4개항 요구의 성취 가능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국회 경시ㆍ무시는 여야가 각각 쇄신 논의나 장외 투쟁의 근거로 삼은 민심 변화와 거리가 멀다. 여당의 쇄신 논의는 지도부ㆍ인사 개편 등의 껍데기 변화에 그칠 게 아니라 거기 담길 인식과 행동 변화에 미쳐야 한다. 국민 거부감이 팽배해진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한 자세 변화 등을 보여줄 곳은 국회뿐이다. 야당도 '조문 민심'의 잠재적 지지를 굳히려 장외ㆍ강경 노선으로 치닫다가는 침묵하는 다수의 반발 등 역풍을 맞기 쉽다. 어느 경우든 국회보다 나은 정치 무대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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