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에서 <김씨 표류기> 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소심한 성격 등으로 인해 직장과 사회로부터 소외를 겪고 있는 주인공 김씨(정재영분)가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주인공과 교감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내용의 스토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다. 스토리와 주인공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내 직업상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이 몇 군데 있다. 김씨>
영화의 도입부에 주인공이 금융기관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부채 상황을 확인하는 장면이 첫 번째다. 대출원금 7천5백만원에 미납이자 를 포함해 총 부채 금액이 2억원이 넘는다. 김씨 같은 젊은 직장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다. 주인공은 자신의 부채상황을 확인한 후 '확실히 용기가 생긴다'며 곧장 한강에 뛰어든다. 다행히 주인공의 자살 시도는 실패해 여의도 밤섬에 표류해 홀로 생활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영화의 주인공보다 한층 비극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최근에는 생활고로 인해 일가족이 함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등록금을 날린 여대생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김씨가 어떤 이유로 그 많은 빚을 지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실직으로 인해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이자와 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지, 결혼을 위해 목돈을 만들어보고자 주식 혹은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보았는지도 알 수 없다. 착한 성격으로 미뤄 주변 사람의 빚에 연대보증을 섰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김씨 같은 젊은이가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신하는 장면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어, 저러면 안 되는데, 저럴 필요가 없는데"라고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김씨 같은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과 제도가 여럿 있다. 신용회복지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다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 김씨의 예전 여자 친구가 김씨에게 "못된 거랑 무능한 거랑 어떤 게 더 나빠"라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직과 금융채무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 언제든지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필요가 있다.
신용회복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기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기를 하고자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이므로, 우리 사회의 작은 격려는 그들이 일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바로 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도 영화감독도 아니지만 혼자 생각으로 <김씨 표류 중단기> 를 만들어 본다. 주인공 김씨는 신용회복지원 제도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표류를 멈춘다. 그리고 꿋꿋이 재기해 사회로 복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결말이다. 김씨>
한백현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