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대문 근처에 있는 옛 경교장 건물을 오랜만에 찾아가 보았다. 내가 경교장을 찾아나선 것은,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 착수한 새로운 판소리 12바탕 중 첫 작품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일생을 담은 사설 집필을 막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선생의 일생을 판소리로 담아내자면 마지막 떠나신 그 곳에서나마 그 분의 체취와 숨결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은 강북삼성병원의 일부가 된 경교장 2층에는 선생이 쓰시던 낡은 탁자와 의자가 옛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고, 그 옆 유리창에는 1949년 선생이 서거하실 당시 뚫고 지나갔다는 흉탄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선생이 기거하며 손님을 맞았다는 다다미방 좌탁 위에는 선생이 집필하신 한문체의 <백범일지> 원본이 놓여 손님을 맞고 있었다. 백범일지>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를 집필하거나 발간하면서 늘 '이 책은 유서 대신 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이 되어 언제 죽음이 닥칠는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본국에 있던 어린 두 아들에게 지난 일을 알리고자 유서 대신으로 쓴 것이 이 책의 상편이요, 중일전쟁의 결과 독립운동의 기지와 기회를 잃고 중경으로 ?겨가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국내외 동포들에게 민족독립운동에 대한 당신의 경륜과 소감을 알리려고 쓴 것이 후편으로, 이 또한 유서로 써놓은 것이라 하였다. <백범일지> 가 남녀노소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이 책이 그냥 쓴 책이 아니라 유서로 남긴 핍진한 육필이요 간곡한 육성이기 때문에 그러한 감흥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백범일지> 백범일지>
나는 젊은 시절 백기완 선생이 운영하는 백범사상연구소가 펴낸 <백범어록> 을 처음 읽고 감명을 받은 후, 송건호 선생이 편하여 한길사가 엮은 <김구> 를 열독하였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는 도진순 교수가 주해를 달아 돌베개 출판사가 다시 펴낸 <백범일지> 를 정독하였고, 거기에 김삼웅 선생이 다시 지어 시대의창 출판사가 펴낸 <백범 김구 평전> 을 숙독하면서, 백범 선생의 치열한 애국적 삶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민족정신에 나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왜냐하면 판소리 '백범 김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끝내 절규하고 통곡하는 유언으로 남아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백범> 백범일지> 김구> 백범어록>
임진택 연출가-판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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