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허한 북한 주최 행사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을 찬양했다'고 봐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정부의 방북승인 조건을 어기고 북한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여해 국가보안법 위반(찬양ㆍ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원로 통일운동가 이천재(7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2001년 8월 이씨 등 300여명은 6ㆍ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공동행사에 참석하겠다며 방북을 신청했다. 정부는 개막식 행사장소가 북한의 이념을 선전하는 3대헌장 기념탑 앞이라는 이유로 방북을 불허했으나 거듭된 요청에 '기념탑 관련 행사 참여 금지' 등을 조건으로 허용해 줬다.
하지만 이씨 등 150여명은 막상 평양을 찾은 뒤엔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갈 수는 없다"며 기념탑 행사 참석을 강행했다. 북측 인사들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북한의 통일원칙 선전ㆍ선동활동에 동조했다"며 이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규모 남북 공동행사의 개막식 자체가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키 위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친 행위만으로 이들의 활동에 호응ㆍ가세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 등의 개막식 참석을 북한이 선전활동에 활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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