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 때마다 갈등을 겪는다. 우에 탈 것인가, 좌에 탈 것인가. 어쩌면 나도 기성사회에 편입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 앞에서이다. 예전 같으면 왼쪽에 올라타 누가 뭐래도 꿈쩍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란색으로 중앙을 가른 에스컬레이터의 좌와 우. 얼마 전에는 왼쪽에 올라타고 가다 무안을 당하고 말았다. 분명 두줄서기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했을 뿐인데 급히 올라온 누군가가 성가시다는 듯 내 등을 손가락으로 찔러댔기 때문이다.
두줄서기로 바뀌었다고 알려주려 뒤돌아보았는데 그 사람의 표정은 마치 자기 좌석에 잘못 앉은 사람 보듯 완고했다. 옆으로 비킬 공간도 없고 할 수 없어 쫓기듯 걸어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에스컬레이터의 왼쪽은 시간이 급한 이들을 위해 비워두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쪽으로만 무게가 치우쳐 에스컬레이터의 고장도 잦아졌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르내리다 다치는 이들도 많았다. 두줄서기를 홍보한 지 오래되었지만 정착되기까지는 좀 긴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한줄서기가 급속도로 자리잡은 이면에는 우리의 정서도 한몫했을 것이다. 빨리빨리. 가뜩이나 일이 분이 아쉬운 출근 시간, 한줄서기는 반가운 일이었다. 환승하는 전철을 놓치지 않으려 많은 직장인들이 헐레벌떡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오르고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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