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의 표현도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ㆍ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에 속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음란물이 보호 대상인지에 대한 헌재의 종전 의견을 뒤집은 것이어서 관련 논쟁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다만 헌재는 인터넷 등을 통한 음란물 유포 행위를 형사처벌토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 등이 "옛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처벌 조항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해당 법률 제65조(개정법 제74조) 1항2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ㆍ문헌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우선 "'음란 표현'은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는 해당하되, 국가 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음란 표현이 언론ㆍ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해석해 버리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마저도 부인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모든 음란물에 대해 사전검열을 받도록 한다거나 유통 목적 없는 음란물의 단순 소지도 금지시키는 행위, 법률에 의하지 않고서 음란물 출판에 대해 불이익을 부과하는 행위 등에 대한 합헌성 심사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에 따라 1998년 내린 선례도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변경했다. 당시 헌재는 "헌법적 보호 영역 안에 있는 '저속'과 달리, 음란은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사상의 경쟁에 의해서도 그 해악이 해소되기 어려워 언론ㆍ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음란물 유포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기본권 제한으로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음란'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현 상태로도 적정한 판단기준과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법 집행을 배제할 수 있다"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희옥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선례 변경에 대해 "엄격한 의미의 '음란' 개념은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을 뜻하는 것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표현"이라며 "언론ㆍ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