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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 "우리 잠수함을 인도양에 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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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 "우리 잠수함을 인도양에 띄워라"

입력
2009.06.0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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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대우실업 시절부터 42년간 전세계를 상대로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첨병 역할을 해오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전세계 109개 해외거점을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양말, 속옷과 같은 의류부터 철강, 심지어 군수 무기까지 팔아보지 않은 물건이 없는 국내 '종합상사' 역사의 산 증인이다.

수출의 백전노장들이 우글대는 이 회사에 최근 "인도양의 얼음을 깨부수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적도를 걸친 인도양에 얼음이 떠다니기는 만무할 터. '얼음을 깨다'라는 말은 그간 대우가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마다 쓰는 그들만의 은어다. '인도양의 얼음'이란 바로 최초로 '국산 잠수함'을 해외(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빅딜'(큰 거래)을 뜻한다. 최대 12억 달러에 달하는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내 방위산업 사상 최대 수출실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7일 대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9급(1,200톤) 독일산 잠수함 2척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잠수함 2척을 추가로 구매하기 위한 공개입찰이 17일 시작된다.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이 한국과 함께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액규모는 최소 7억 달러에서 최대 12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38만명의 병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연간 국방예산 25억 달러 중 잘하면 절반이나 끌어올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셈.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승훈(사진) 자카르타 지사장은 "잠수함 2대 수출은 소형차 7만대 수출과 맞먹는다"며 "단군 이래 최초로 잠수함을 수출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야심찬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대우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려는 야심작은 잠수함의 원조국인 독일로부터 209급(1,200톤) 잠수함 기술을 이전 받아 우리가 1,400톤급으로 업그레이드한 '업그레이드 장보고함' 2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이 잠수함은 잠수함 본체가격만 3억 5,000만 달러에, 음향탐지시스템(SONAR)과 전투관리시스템(CMS) 등의 제작비용까지 더할 경우 1대당 가격이 6억 달러에 이른다. 만일 이 계약을 수주할 경우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제 3국에도 국산 잠수함을 수출할 물꼬를 트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대우는 예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장보고함이 선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인도양의 얼음'을 깨는 데에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러시아 정부의 차관 지원이다.

가격대가 너무 높은 독일, 프랑스는 선두권에서 이미 탈락한 것이나 다름 없어 입찰은 러시아와 한국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 러시아의 잠수함은 값이 싸지만 성능이 낙후돼 있고 건조일정을 기약하거나 사후관리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약점이 있다. 문제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잠수함을 살 경우 인도네시아에 1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나서 일부 인도네시아 정부 관료들이 솔깃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한국도 만만치 않다. 한국 잠수함은 가격 대비 기술성이 우수하고, 지리적 거리가 가까워 구조함 운영 등 즉각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76년 지사 설립 이후 30년 이상 인도네시아 군과 쌓아온 실적과 친분이 최대 경쟁력이다.

대우는 70~80년대 군복, 군화, K2소총부터 최근 훈련용 전투기(3,500만달러), 장갑차(6,500만달러) 등까지 꾸준한 납품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 4월엔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독일 잠수함 한 척의 수리계약(7,500만달러)까지 체결해 이번 프로젝트 수주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자카르타 지사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방산통'으로 꼽히는 이 지사장 등 주재원 4명과 현지 채용인력을 포함해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지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오랜기간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번 수주전을 성공으로 이끌고 인도네시아를 역내 제1의 복합거래기지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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