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실을 낳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따랐다.
허정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될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탓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당초 2007년 7월 사임한 핌 베어벡 감독의 후임으로 외국인 지도자를 선정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영입 작업이 난항을 겪자 국내 지도자 선임으로 급선회, 같은 해 12월7일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던 허정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허정무호'는 한동안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적잖은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해 1월 데뷔전에서 칠레에 0-1로 패배한 '허정무호'는 2월6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4-0으로 대파하고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월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전(0-0)을 기점으로 '허정무호'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지성(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에 대한 맹신, 잦은 전술 변화와 일관성 없는 선수 기용, 빈곤한 득점력 등이 차례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3차 예선을 무패(3승3무)로 통과했지만 '허정무호'에 대한 원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고, 지난해 9월 상하이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북한과 1-1로 간신히 비기자 팬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일부 사이버 공간에서는 '감독 퇴진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린 '허정무호'는 타개책으로 변화를 선택했다. 기본 전형을 4-2-3-1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고, 장신 공격수 정성훈(부산)과 투지가 좋은 이근호(이와타)로 최전방 전열을 정비했다. 19세 신예 기성용(서울)에게 야전 사령관의 중책을 맡겼고,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의 포지션을 왼쪽 측면으로 고정시켰다.
변화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상암벌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최종예선 2차전에서 이근호(2골) 박지성(1골1도움)의 맹활약으로 4-1 대승을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승리(2-0)에 이어 이란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본선행의 최대 고비를 넘어섰고 북한(1-0), UAE전(2-0) 연승으로 본선행을 조기 확정했다.
'허정무호'의 남아공행은 '실용주의 용병술'에 힘입은 바 크다. 허 감독은 조재진(감바 오사카), 김남일(고베), 설기현(알힐랄),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 등 부진한 '해외파 스타 플레이어' 대신 정성훈, 이근호, 기성용 등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을 기용, 전력 향상을 이끌어냈다.
곽태휘(전남) 등 A매치 경험이 전무했던 이들을 과감히 발탁해 '인재풀'을 넓혔고 치열한 포지션 경쟁은 경기력 향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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