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5㎝ 이상, 수 년간의 운동경험, 단정한 외모, 고학력자 우대'
대기업체 입사 요건 보다 더 까다로와 보이는 이 채용조건은 다름아닌 조직폭력배 선발기준이다. 지난해 1월 결성된 '이태원파'가 '전국구 일류 조폭'을 표방하면서 조직원 영입시 얼굴과 몸매, 심지어 학력까지 고려해 '이미지 관리'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7일 조직폭력배 '이태원파' 부두목 김모(32) 등 13명을 구속하고, 손모(24)씨 등 조직원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이태원 일대에서 두 패로 나눠져 활동하다 두목 오모(52ㆍ미검)씨를 중심으로 지난해 1월 하나의 조직으로 합친 뒤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조직세를 불려왔다.
지난해 8월 서초구 N빌딩 철거 현장에서 조직원 50여명을 투입, 각목 등으로 인부를 폭행해 공사를 중단시킨 후 건물주를 협박해 6억원을 갈취했고,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에서 불법 도박장을 개장해 조직 운영 자금을 조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국구 조폭'을 표방한 이들은 연간 3~5차례 광주, 부산, 대전 등 전국을 돌며 세를 과시하면서 각 지방 조폭들로부터 향응을 받고 경비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전국적 조폭으로 성장하기 위해 조직원 선발 및 이미지 관리에도 엄격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흉기 자국이 남은 험상궂은 얼굴이나 배가 나온 거대한 몸집의 전통적 조폭상과 달리,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등이 선호됐고 대학생이란 학력까지 더해지면 영입 대상 1순위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같은 영입 기준 외에도 2~4년에 걸친 사관학교식의 혹독한 합숙훈련을 통과한 사람만 정식 조직원으로 받아 들였다. 이들은 활동지역에서 술을 마시다 일반인과 시비가 붙으면 품위가 손상된다는 판단에 따라 '동네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행동 강령을 두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까다로운 조직원 선발 등에다 조폭계 원로까지 모시면서 이들은 전국 조폭계에선 서울 대표 조폭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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