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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큰 부자들의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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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큰 부자들의 큰 역할

입력
2009.06.0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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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미국 뉴욕 맨하튼의 록펠러대학 총장 관저에서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오프라 윈프리,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등 10 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이 누구인가. 모두가 세계 최고 갑부들이다. 이 모임을 주선한 데이비드 록펠러는 미국 역사상 최고 부자로 기록되어 있는 존 데이비드 록펠러의 후손이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모임이라 그 목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 갑부들의 '더 베풀기' 논의

이들이 자리를 함께한 이유는 경제위기 속해서 자선 활동을 어떻게 더 확대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1996년 이후 이들이 기부한 금액은 이미 90조원이 넘는다. 경제위기라는 핑계로 그 기부가 줄어들 것을 염려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불법 비자금이나 부당한 부의 세습으로 심심찮게 언론의 비평 거리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자들을 생각할 때 얼마나 부러운 얘기인지 모르겠다.

세계 제일의 부호인 빌 게이츠는 이제 자선 활동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경영에서 손을 떼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인데도 벌기보다 쓰는 일에 나서고 있다.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자기 돈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 다니고 있다. 정말 행복한 인간이다. 돈을 벌어서 이렇게 써볼 수 있다면 태어난 보람이 있지 않을까.

인간이 돈을 버는 목적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저 부의 왕국을 쌓기 위해서, 또는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그러나 많은 돈을 번 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는 일에 몰두한다면 이것만큼 신성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우리도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세계적인 갑부들도 더러 출현하였다. 부자들은 전경련이라는 그들만의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부자들끼리는 자주 모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오늘의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기부활동을 늘려 보자고 논의했다는 기사는 보지 못했다. 이들이 목청 돋구어 외치는 것은 출총제 폐지, 규제 철폐, 금산분리 완화 등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것들뿐이다. 이것들이 기부확대와 관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자기들의 돈 버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치워달라는 얘기들 아닌가 싶다.

재벌들이 성금이나 기부금을 냈다는 기사가 가끔 나오기는 한다. 총수의 사진도 함께 실린다. 그러나 그 돈이 회사 돈인지, 개인 돈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가 회사 돈을 기부하면서 자기 이름으로 생색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은 큰 부자들의 큰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의 부자클럽인 전경련이 어려운 시기에 더 큰 부자가 되도록 도와 달라고만 외치면 다른 국민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돈을 더 벌어야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부자들의 논리는 부자의 경제가 먼저 활성화 되어야 그 여파가 서민들에게도 흘러가 궁극적으로 서민들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논리는 맞다. 그러나 세상에는 논리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다. 부자들만 더 큰 부자가 되고 말 수도 있고, 서민들에게는 쥐꼬리 만큼의 이익만 돌아가고 말 수도 있다.

우리 '부자클럽'도 탈바꿈 할 때

우리나라도 이제 존경 받는 부자들이 나와야 한다. 부자클럽이 더 부자 되는 일에 몰두하기보다 부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다하는 일에 힘쓴다면 우리 부자들도 존경받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이다. 경주 최부자는 흉년에 땅을 늘리지 말고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부자 철학, 부자의 교훈을 후세에 남겼다.

부자로 살아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부자들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부자클럽도 이제 시대에 맞추어 탈바꿈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부자들을 위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부자들이 모여 베푸는 방법을 열심히 논의하고 연구하는 모임으로.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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