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의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마다 쌀 재고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산지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 이후 약세를 지속하더니 전국 평균 6%정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쌀값 하락은 지난해 사상 유래 없는 풍작으로 늘어난 484만3,000톤의 쌀 수확량과 2004년 쌀 협상 결과에 따라 2014년까지 매년 2만톤 가량을 증량해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물량 때문이다.
이 같은 수급불안은 전국 RPC경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사들인 쌀을 가격이하로 손해를 보고 판매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올해 9월부터 시작되는 벼 수매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산지의 벼 수매가격의 하락은 불 보듯 뻔하고 보관창고에는 재고가 쌓여 올해 수확한 벼의 보관시설도 부족하게 된다. 결국 농민들의 소득감소 직접 요인으로 작용해 쌀값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쌀값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일반적으로 쌀의 공급량 조절이나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과 같이 수급조절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쌀을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둘 수가 없다. 쌀값의 장기적 안정에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쌀은 우리국민의 주식으로 식량안보와 직결된 국가의 기초 산업이다.
물론 WTO체제에서 정부 주도의 농축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비축 물량을 늘리거나 대북식량지원 재개 등의 쌀 소비촉진 정책의 발굴과 함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쌀 협상에 의한 의무수입 MMA물량을 줄이기 위한 쌀 중도 관세화의 세밀한 검토 등을 실시해야 한다.
물론 농가도 맛있고 질 좋은 명품 쌀의 연구개발을 하는 등 자율적으로 쌀 산업을 지켜나가도록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임직원 등도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사업자금을 조성하고 해외 수출거래처의 발굴과 확대 등에 앞장서야 한다.
이종헌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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