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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이라크전… 미국 덧난 상처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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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이라크전… 미국 덧난 상처와의 전쟁

입력
2009.06.0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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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끝내려 하고 있지만 파병 미군이 모두 복귀해도 전쟁은 한동안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깊은 상흔 때문이다. 희생자는 전쟁 중 사망자나 부상자 뿐이 아니다. 부모의 파병으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어린이들, 끔찍한 전쟁을 견디지 못한 탈영병들, 긴 전쟁으로 사회 부적응자가 될 위기에 처한 군인들이 포함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15일자)에서 이라크전이 남긴, 오래 지속될 상처를 보도했다.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된 병력 중 89만명이 자녀가 있는 부모다. 12~15개월 간격의 반복 파병은 부모를 전장으로 보낸 자녀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군인 5만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텍사스주 포트후드의 오디 머피 중학교의 경우, 학생의 95%가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라크 파병 군인이다. 최근에는 7학년 학생의 아버지가 이라크에서 사망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코트니(14)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구들이 모두 자신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문제를 앓는 아동이 급속히 증가해 보스니아전, 걸프전 당시보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비교적 파병 기간이 짧은 당시와 달리 길면 6년 이상 집을 떠나 있는 부모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군 가족 연구소의 셀리 워스워드 박사는 "아이들의 우울증이 특히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쟁의 그늘 속에 고통 받는 탈영병도 있다. 월마트에서 일하던 킴벌리 리베라(26)는 2006년 가족의 더 행복한 삶을 꿈꾸며 자원 입대했다. 하지만 전장에서 만난, 공포에 질린 눈을 크게 뜬 채 벌벌 떨고 있는 이라크 소녀들을 보면 딸이 생각나 견딜 수 없었다. 게다가 전화를 통해 남편과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잠을 이룰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결국 휴가 중이던 2007년 1월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도피했다.

2001년 이후 탈영한 병사는 2만명, 전체 병력의 1%에 이른다. 탈영은 2007년 절정을 이뤄 무려 4,600명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2,900명으로 줄었다. 탈영이 가장 심한 전쟁은 베트남전으로 당시에는 전체 군인의 3.4%에 해당하는 약 3만3,000명이 군을 이탈했다.

캐나다 특히 미국과 가까운 토론토는 탈영병의 피난처다. 캐나다 정부의 추방 결정에 맞서 법정 싸움을 하는 탈영 미군만 50여명에 이른다. 탈영병들은 전쟁반대운동이라는 조직을 결성, 미국 철강노조의 지원으로 캐나다 내 12개 도시에 지부를 설립했다.

모든 파병 군인이 종전을 기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긴 전쟁 기간 때문에 군인들은 사회에 돌아가더라도 부적응자로 전락할 처지다. 숀 맥브라이드(32) 하사는 무려 43개월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복무했다. 첫 부인은 3년 전 이혼 서류를 보내왔고 이후 재혼했지만 조만간 다섯번째 전쟁터로 떠나야 한다.

많은 군인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흡사한 증상을 겪는다. 정보 장교인 제시카 올레(42)는 무려 39개월을 전장에서 보냈다. 2001년 보스니아 전쟁 때도 파병됐지만 7개월에 불과했기 때문에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사회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없게 된다"며 "문화 충격이 심해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리셋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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