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올해 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그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공공기관 인사를 심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정부 위원 8명 중 직접 참석한 위원은 단 2명. 나머지는 모두 ‘대참’(대리참가)이었다.
그나마 이날은 정부 위원들의 참석률이 상당히 높은 편. 올 들어 열린 5차례 회의 중 2차 회의는 실제 열리지 않은 채 서면 회의로 진행됐고, 이후 두 차례 열린 3, 4차 회의는 위원장을 비롯해 정부측 위원 본인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열린 10차례 회의 중 절반인 5차례 회의가 서면 회의로 진행됐고, 나머지 5차례 회의에서도 직접 참석한 정부측 위원은 1~3명에 불과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열린 총 15차례 회의에서 위원장인 기획재정부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작년 10월 9차 회의 당시 강만수 장관(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잠시 인차 차 들린 것이 전부였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현 정부가 그토록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공공 개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바쁜 장ㆍ차관들이 일일이 다 참석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다른 회의도 정부 위원들은 대참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등의 해명으로는 도를 넘은 파행 운영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전인 작년 1월말 열린 회의에서는 위원장이던 장병완 당시 기획예산처장관을 비롯해 7개 부처 차관 전원이 참석했었다.
정부 위원들이 불성실하니, 민간위원들 역시 들러리, 거수기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최근 임기를 마친 한 민간위원은 “마치 모든 것이 다 정해진 채 회의는 형식적으로 열린다는 느낌”이라고 했고, 다른 민간위원도 “법령 상으로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저 안건을 통과만 시켜주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이럴진대, 이 정부에서도 공공 개혁이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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