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인 옥외 간판 조명, 시간당 25만원어치의 전기로 진행되는 야간 골프 게임, 이용객이 없어도 계속 돌아가는 에스컬레이터, 점심시간에도 켜져 있는 사무실 조명과 컴퓨터….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 소식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에너지 과소비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2.73%를 기록했다. 일본과 독일이 각각 0.05%, 0.0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운 증가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높은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두 차례의 오일 쇼크 후 유가가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자 고삐를 곧장 풀어 에너지 수요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증가세를 지금 잡지 못한다면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오일 쇼크를 반복하면서 유가가 안정된 이후에도 고삐를 죄면서 에너지 관리를 한 덕분에 에너지 소비 증가를 억제할 수 있었고, 그 덕택에 세계 최고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과소비의 만성화와 그로 인한 높은 에너지 소비증가율의 한 원인으로 '물가관리'차원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에너지 가격정책을 펴 온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 가격은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요금을 100이라고 할 때 미국은 106, 프랑스는 147, 일본은 193이다. 산업용 전력 가격도 우리나라가 100이라면 일본은 180이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고 경기가 침체된 지금이 에너지 수요 관리 기틀을 다지는 데 적기인 만큼 장기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와 산업체는 지금부터 에너지 절약정책 등으로 고에너지 가격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진한 에너지관리공단 팀장은 "1981년 대비 2007년 국내총생산(GDP)는 5.4배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요금은 1.15배 인상에 그쳤다"면서 "녹색 성장 시대에 걸 맞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함께 국민들도 가정과 사무실, 자동차 이용시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해 '저탄소 녹색 생활 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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