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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藥에서 둘 이상의 효과 '멀티약품'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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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藥에서 둘 이상의 효과 '멀티약품' 잘 나간다

입력
2009.06.0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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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 때 산악동호회 회원들과 히말라야 등반에 나설 예정인 직장인 최모(45)씨는 최근 병원을 찾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처방 받았다. 두통과 호흡곤란 등 산소 농도가 낮은 고산 지대에서 자주 겪는 고산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비아그라가 어지러움과 혈액순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악인들 사이에 꼭 챙겨야 하는 비상약으로 각광 받고 있다. 비아그라는 이밖에 여성 불임, 임신 중독증, 폐동맥 고혈압 등의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바야흐로 '멀티약물' 전성 시대다. 둘 혹은 그 이상의 치료 효과를 지닌 약물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환자에게는 복용의 편리함을, 제약사에겐 신약 개발과 영업망 구축에 드는 비용을 줄여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하는 탓이다. 이들 멀티약물은 임상시험 도중 우연히 다른 질병의 치료 효과가 발견되거나 부작용을 연구하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효능이 발견된 경우가 많다.

'젊음의 치료제'로 불리며 성형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보톡스'는 당초 소아마비와 안면마비 치료제로 쓰였다. 그러다 1987년 중반 캐나다의 한 피부과 의사가 안과의사인 아내에게서 보톡스 치료를 받은 환자의 눈가에 주름살이 없어지는 것을 우연히 발견, 주름살 제거에 쓰기 시작했다. 보톡스는 다한증과 뇌졸중 환자의 국소근육 경직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전체 보톡스 처방 중 치료용이 60%로 미용 목적보다 더 많다.

바이엘쉐링의 '아스피린'은 1899년 진통ㆍ해열제로 개발됐지만, 1970년대 초반 아스피린의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이 혈소판 응집을 막아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아스피린(500㎎)의 용량을 80% 가량 줄인 '아스트릭스'와 '아스피린 프로텍트' 등이 심혈관 질환 예방용으로 개발됐다.

이틀에 한 번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10년 동안 천식 발병 위험이 10% 정도 줄어들며, 불임 여성이 먹으면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심장병,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연간 280만명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프로페시아'는 부작용 때문에 얻은 복덩이다.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만들어졌지만, 1992년 '프로스카'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약이 탈모 환자에게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 이후 핵심 성분의 용량을 줄여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만들었고, 국내에서만 연간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골다공증과 함께 유방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에비스타', 발기부전 치료와 함께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도 효능을 보이는 '시알리스'도 멀티약물로 각광 받고 있다.

이처럼 '일타다피(一打多皮)' 약물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출시 전부터 아예 여러 효능을 강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릴리가 최근 선보인 '심발타'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은 물론,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통증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엘쉐링의 먹는 피임약 '야즈'는 월경 전 불쾌장애와 함께 여드름 치료제로도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물질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첨단 신약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멀티약물은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제약사에겐 짧은 기간에 높은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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