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지음/이후 발행ㆍ351쪽ㆍ1만7,000원
음식문맹자. 이 책의 저자가 현대인을 규정하는 개념이다. 먹을 것은 넘쳐나지만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납이 들어간 중국산 냉동 꽃게,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미국산 소시지, 멜라민 분유 파동, 광우병 쇠고기에 관한 뉴스에도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이 책은 우리의 식탁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살피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경남대 심리사회학부 교수이자 '슬로푸드문화원 아카데미' 대표인 저자는 먹을거리와 관련된 위기의 배후에는 '세계 식량 체제'라는 글로벌 시스템이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세계 식량 체제는 농업의 세계화, 유전자 조작 농업과 패스트푸드의 확산 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위험도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이 5%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식탁을 안전하게 지키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궁극적 대안은 지역 식량 체계, 즉 로컬푸드 시스템이다.
이 책에는 로컬푸드와 관련된 여러 논의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세계 식량 체제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는 물론, <오래된 미래> 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만든 글로벌 푸드 지표에 대한 이야기, 콜롬비아 농민시장 매뉴얼, 토론토 식량 헌장 등 로컬푸드와 관련한 세계 각지의 움직임과 담론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또 지난달 통과된 '식생활교육지원법'이 먹을거리 현실에 미칠 영향 등 한국의 과제도 세세하게 다룬다. 오래된>
저자는 비교우위론의 관점에서 농업에 접근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현재 상황을 보면, 식량 수입에 필요한 외환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더라도 필요한 식량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에서 농업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음식에 대한 교육이 소홀해지는 것도 세계 식량 체제의 기득권 강화에 한국인들이 무감각해지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온전한 먹을거리를 먹고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음식)소비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스위스처럼 농업을 경제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식사는 농업 행위"라는 미국 문명비평가 웬델 베리의 말을 인용하며, 생산자와 인근 지역 소비자가 연대하는 '시민 농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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