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점검중인 엘리베이터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여러 줄의 끈과 커다란 도르래가 달려 있다. 엘리베이터가 부단히 움직였을 통로를 올려다보는데 아찔하다. 고층 건물과 더불어 태어났을 이 공간, 참 묘하다.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로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다. 층과 층 사이,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 곳에 신비로운 공간이 생기기도 하고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꼼짝없이 갇힌 남자 이야기도 있다.
그는 그곳에서 한 여자가 주는 음식을 먹으며 사육된다. 엘리베이터는 혼자 타기에도 누군가와 단 둘이 타기에도 무서운 공간이다. 그 때문인지 엘리베이터에 관한 영화 중에는 유난히 공포물이 많다. 다른 이들의 이목을 잠깐 피할 수 있어 연인들의 비밀스런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린 사랑을 나눴네, 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노래가 나오기도 했다. 상하 수직으로 빠른 시간에 이동한다는 특성 때문에 급속히 신분 상승한 이들을 빗대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엘리베이터가 운반하는 것은 짐이나 사람들만이 아니다. 고층까지 올라오는 냄새로 지하 식당의 오늘의 메뉴를 알 수 있다. 또 모기들도 힘들여 나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고층까지 올라온다. 가끔은 체중계가 되어 한 사람을 무안하게도 만드는 이 작은 상자. 한곳에 붙박이된 공간이라는 개념도 흔들어놓은 요상한 공간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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