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관심을 끕니다. 고급 경영전략도 스토리텔링이고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상품을 팔고 살 때에도 스토리가 있으면 그 상품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말을 합니다.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스토리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금강산에 일만이천 봉이 있다는데, 그 가운데 남쪽 관광객을 상대로 가장 돈을 잘 버는 봉우리는 어느 봉우리일까요. 봉우리 이름은 기억을 못해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스토리가 있는 봉우리라는 사실입니다. 선녀봉이라든가 거북봉이라든가…. 이런 봉우리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그 앞에서 기념품을 사며 그 이야기에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가 갖고 있는 힘입니다.
평생 작가로 살고 있는 저에게도 스토리는 늘 관심사이고 저의 직업의 중심입니다.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이런 스토리들을 모으는 것인 셈입니다. 작가생활이 어언 이십 년에 이미 백 권이 넘는 책들을 펴내 스토리텔링이라면 이골이 난 저인데도 매번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는 끙끙 앓으며 고민을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과 생각의 총아가 바로 한편의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엮어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거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에서 한 소절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서 들은 재미있는 경험이 섞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들은 에피소드, 혹은 스스로 궁리해낸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제 삶의 철학과 교양과 지식이 녹아 나오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된다, 지원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편의 스토리는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스토리텔러를 키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공모전을 열고 상금을 내건다고 해서 없던 스토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스토리야말로 그 사회의 문화적 토양에서 꽃피는 들꽃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양을 가꾸고 물을 주고 일조량을 맞춰주며 오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어느 순간 온 천지에 들꽃이 만발하듯 스토리는 그렇게 피어나는 것입니다.
입시지옥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과외에다 학원으로 아이들을 채찍질하는데 무슨 이야기가 나오며 무슨 스토리가 거기서 피어나겠습니까? 글을 한 편 써보라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면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만 나옵니다. 어찌 그리 개성이 없는지…. 그것은 모두 다 시험답안을 외우게 하는 우리의 주입식교육 때문입니다. 독서를 멀리하는 우리의 풍토 때문입니다. 경험을 중시하지 않고 오로지 시험 몇 번으로 인생을 결정짓는 시스템에 대다수가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스토리텔링으로 우리 문화를 깊이 있게 만들고,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기르고자 한다면 독서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분야에서 청소년들이 창의성을 기르고 특기를 키워 나가게 해야 합니다.
오늘도 저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스토리텔링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 사회가 다양화하고 개성을 인정하도록 정책 입안자들이 창의적인 지원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내 스토리텔링 강국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정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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