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 1,000명의 소도시가 러시아 경제위기의 상징으로 부각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210㎞ 떨어진 피칼료보가 문제의 도시이다. 이 곳에는 시멘트 공장, 알루미늄 공장, 유리 원료 공장 등 3개의 큰 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은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가을부터 가동이 멈췄다.
언뜻 보면 금융 위기 파장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러시아의 여느 도시들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연일 피칼료보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조만간 피칼료보를 방문하겠다고 밝혔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TV에 출연해 이 도시의 어려운 상황을 거론했다. 친정부 성향 법조인들은 피칼료보 공장 국유화를 제안했다.
피칼료보가 이처럼 '과분한' 관심을 받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피칼료보 공장의 파산은 러시아 산업ㆍ도시 체계의 구조적 단면으로, 이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에트 시절 공업화가 진행됐던 800여 러시아 도시들에는 피칼료보처럼 국가 주도로 건설된 한 개 내지 두세 개의 공장이 있고, 이들 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현재 이들 기업 대부분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피칼료보 공장 3곳은 5년 전까지 국영기업 한 곳이 경영했기 때문에 민영화한 후에도 각 공장의 공급망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지난해 시멘트 공장이 문을 닫자 얽혀 있던 다른 공장 2곳도 덩달아 폐쇄됐다. 순식간에 도시인구의 20% 수준인 4,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에는 온수와 난방공급까지 끊겼다. 파산한 공장을 소유한 기업이 온수와 난방공급까지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시민들은 지난 4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모여 대책마련을 정부에 촉구했고, 지난 2일에는 고속도로를 가로막아 교통을 마비시켰다. 시민들은 2주 안에 공장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철도까지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월 기준으로 러시아의 실업률은 10.2%, 실업자는 770만명에 달하며, 이는 최근 9년간 최고치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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