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의 막이 올랐다. 무리한 인수합병(M&A)과 채무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 그룹들이 자구노력 방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온 금호가 3년 전 6조4,000억원에 인수한 대우건설을 내달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산업은행에 재매각키로 했다.
미국 건설중장비업체 밥켓을 인수한 후 유동성 부족을 겪어온 두산도 삼화왕관 등 4개 계열사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부실 우려가 있는 대한전선 동양 동부 애경 유진 등 7개 대기업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대기업들은 M&A를 통한 덩치 키우기와 공격경영에 몰두하다 소화불량증에 걸린 점이 공통적이다. 외환위기 때 과도한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으로 30대 재벌 중 절반 이상이 침몰했던 교훈을 잊고 빚으로 외형 키우기 잔치를 벌이다 가혹한 시련을 맞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조선 건설사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 시장 불안이 가중돼온 것을 감안하면 여신규모가 큰 중견 그룹들의 구조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 경제의 환부를 도려내고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시장불안이 조기 해소되기 어렵고, 금융권 자금이 건실한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일부 경제지표가 회복된다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경제 체질개선은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가 사느냐 죽느냐의 절박한 문제다.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대기업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으로 시장의 불신을 제거해야 한다.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미봉식 구조조정에 급급하다면 채권단의 여신회수 압박을 받아 그룹 모두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그룹의 팔과 다리까지 잘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과감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해당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천하는지 꼼꼼히 점검해 경제의 불안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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