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소식이 전해지자 다음날 증시에서 대우건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금호석유(8.59%) 금호산업(2.46%)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주도 일제히 올랐다.
급등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대우건설은 높은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주가를 상한가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관심은 '약효가 언제까지 가느냐' 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주가 추가상승 여력이 있는지, 일회성 호재에 그칠지를 따져보기 위해선 우선 약정 내용부터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엔 ▦7월까지 4조원 규모의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 등 금융자산을 약정기일에 투자자들이 매각자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 문제 해결 ▦계열사 매각을 통해 하반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상환이 포함돼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사들인 대우건설을 일단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금호는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대우건설을 쉽게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바로 이 부분이 딜레마이자 체크포인트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약정체결로 우선 기존에 우려했던 유동성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7월 이후 대우건설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3년 전 대우건설 인수금액과 매각금액의 차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격에 파는 지가 향후 주가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7월이 고비라는 얘기다. 대우건설이 다음달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매각될 경우 대우건설의 주가는 실적변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성준원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인수합병 기대 등 이슈화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지 몰라도 매각될 경우 실적에 따라 주가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며 "현재 2만원이 채 안 되지만 실적과 가치만 따지고 보면 상승여력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투자매력도 떨어진다. 기존 대우건설의 인력과 기술력의 상당부분이 금호산업과 건설부분으로 옮겨갔고, 수주도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나눠먹기를 하는 바람에 대우건설의 실적은 많이 악화한 상태다. 조주형 연구원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고 해도 대우건설을 계속 보유할 경우 풋백옵션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대우건설 주가가 풋백옵션 가격인 3만원 선까지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주들에겐 대우건설 매각이 일단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매각은 금호산업 전체로 봤을 때 현재 겪고 있는 유동성 리스크를 확연히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단 적정가격에 팔려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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