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정국 인식이 너무 한가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ㆍ비서관 회의에서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며 "국민을 바라보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여당조차 공감한 국민적 요구인 전면적 개각 및 청와대 진용 개편에 대해 대통령의 시각은 부정적이며,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 일각의 조기퇴진 기피에도 변함이 없다.
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이런 인식이 걱정스러운 것은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무능으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의사를 무시하고 독선과 아집으로 흐를 경우 집권세력의 정치적 불행에 그치지 않고 국민적 불행을 부르기 쉽다. 어제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변화와 쇄신은 당위이자 생존의 문제로서 국가 운명이 달렸다"고 지적한 대로다.
'조문 민심'에서 드러난 민의는 헤아리기에 어려울 것도 없다. 어제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뚜렷하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23%, 한나라당 21%로 자체 여론조사로는 2005년 4ㆍ30 재ㆍ보선 이래 4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거품이 끼기 쉬운 지지율이야 그렇다 쳐도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64.3%가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그 이유가 주로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68.4%), 부유층 중심의 정책(70.2%), 편파적 청와대ㆍ정부 인사(66.3%)라는 것은 흘려 들으면 안 될 아픈 지적이다.
이런 민의에 '조문 민심' 특유의 과장과 왜곡이 섞였을 수 있어, 시간이 가면 정서적 증폭이 잦아들 수는 있다. 그러나 여러 번 지적했듯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폭발성을 띨 수도 없었다. 따라서 나 몰라라 하거나, 시간 가기만 기다려서는 이미 방향을 튼 민심의 물길을 되돌리기 힘들다.
여당 일각에서 청와대 일부 참모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의심을 거론하는 마당에 언제까지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는' 자세를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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