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음료가 아닌 문화입니다. 골동품을 좋아해 35년 전 다완(茶碗ㆍ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잔 또는 사발)을 처음 접한 이후 차에 빠지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익혔고 문화인,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차 문화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최근 차 문화 확산을 목표로 찻상 차리기의 실용 정보를 담은 <한국의 아름다운 찻자리> 를 발간한 '티테이블 스타일리스트' 김태연(60)씨는 "차의 정신은 어느 한쪽으로 모자람이 없는 중정(中正)에 있기 때문에 서양 귀족들의 차 문화 못지않은 품격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우려내는 횟수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차는 자연스럽게 늘 누군가와 함께 마시게 돼 상대를 배려하고 대접하는 습관을 낳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찻상을 어떻게 차리느냐에 따라 상대에 전해지는 배려심의 크기가 달라진다"며 찻상 차리기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잘 차려진 찻상은 요즘처럼 소통하지 않는 시대에 가족, 이웃과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김씨의 제안으로 테마별 찻상 꾸미기를 시도해 봤다. 커피나 술 대신 차로 마련한 생일상, 차 한 잔과 과일로 즐기는 차 소풍은 어떨까.
■ 유리잔을 활용한 생일 차 만찬
대부분의 축하 모임에 술이 빠지지 않는 게 한국의 현실이지만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 모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 잘 꾸민 찻상이 도움이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축배 제의에 동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포인트는 색감이 좋은 유리잔이다. 유리 차구는 전통적인 찻상에는 피하는 게 좋지만 기념일용으로 차리는 현대적인 찻상에는 잘 어울린다.
사람 수만큼의 와인 잔, 아이스크림 잔 등 목이 있는 유리잔과 양초를 2개 정도 준비한다. 식탁보에 직사각형의 다른 색 원단을 덧대면 차를 따르다가 흘려서 식탁보가 얼룩지는 것을 막고 색깔 조합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차는 냉녹차로 준비한다. 원색의 잔을 배치했다면 꽃은 한 송이 정도만 함께 놓는 게 좋다.
자칫 화려함이 지나쳐 어수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 다기에 미리 우려 놓은 냉녹차를 담아 내면 근사한 생일 찻상이 완성된다. 한국인이 가장 애음하는 녹차는 초기에 수확한 잎일수록 맛이 좋다.
햇녹차는 봄부터 따기 때문에 요즘이야말로 즐기기 좋은 때다. 무색의 투명한 유리잔에는 색감이 좋은 오미자차나 냉홍차도 잘 어울린다.
■ 생활 소품 하나만 추가하면 디너 티파티
김태연씨의 주업무 중 하나는 각종 사회ㆍ문화 행사의 티테이블 세팅을 돕는 일이다. "음식물을 행사장에 들이는 것이 진행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차와 다식으로만 구성된 상차림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엄격한 전통 차 문화만 생각할 게 아니라 간단한 생활 소품을 활용해 공식 행사 같은 디너 티파티를 열어보라고 제안한다. 준비할 것은 다관과 찻잔을 기본으로, 식탁보로 쓰일 원단과 개인 매트로 활용할 냄비받침 등이다.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파는 도자기 케이크 받침에 냄비받침을 얹고 그 위에 찻잔을 올린다. 개별 찻자리의 독립성이 확보되고 찻물이 흘러도 보기에 흉하지 않다. 발효차로 탕색이 짙고 중후한 맛이 나는 보이차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쌀쌀한 밤에 잘 어울린다.
■ 1인용 다구를 들고 차 소풍을
다관에 잔을 뚜껑처럼 덮을 수 있게 나와 있는 1인용 다구만 준비해도 각종 모임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휴대가 편하도록 시중에서 주머니도 함께 판매되고 있어 1인용 다구 몇 벌만 갖추면 어디서든 서로를 대접하는 차 모임을 열 수 있다. 다구 개수에 맞춰 나무 받침을 준비하면 비즈니스 미팅이, 야외로 나가면 차 소풍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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