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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악몽 꿨나" 놀라고 보채는 아이… 야경증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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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악몽 꿨나" 놀라고 보채는 아이… 야경증 의심을!

입력
2009.06.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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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중에 잠을 자던 아이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깨어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경우가 있다. 어디 배고픈 것도 아니고 기저귀가 젖은 것도 아닌데 계속 보채며 우는 아이를 달래 다시 재우느라 진땀을 빼는 부모는 '무슨 큰 병이 있나'하고 걱정을 하게 된다. 이 질환은 다름아닌 야경증(夜驚症ㆍnight terrors) 혹은 야경장애다.

■ 뇌의 일시적 미성숙으로 발생

야경증은 아이의 정서적 문제라기보다 뇌가 일시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발생한다. 정확히는 뇌 기능 발달 중에서 수면생리 미숙이나 지연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대개 2~8세 어린이가 잠 든 뒤 1~2시간 내 가장 많이 생긴다. 취침 전에 과식하거나 기생충, 정신적 흥분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야경증세는 30초에서 5분 동안 무엇인가에 놀란 듯 불안한 행동과 함께 큰 울음을 터뜨린다.

호흡이 빨라지고 식은 땀을 흘리기도 한다. 증세를 보이는 동안 멍하게 눈뜨고 있어 깨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고 있다. 깨우면 어딘지 잘 모른다.

대부분 남자 아이에게서 잘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대부분 자연히 사라진다. 일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몽유병(수면보행장애)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3~10세 어린이에게서 1~3%가 나타나며, 3세 이전과 10세 이후에는 드물게 나타난다. 20~30대에 야경증이 처음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야경증은 나쁜 꿈과는 아주 다르다. 실제로 야경증을 보일 때 아이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다. 야경증이 끝나면 아이는 곧바로 수면에 들어가고 이튿날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악몽은 다음 날 아침에도 기억이 고스란히 날 수 있다.

야경증은 부모 모두 야경증이 있었다면 자녀의 60%가, 한 쪽 부모가 야경증을 겪었으면 자녀의 45%에서 나타난다.

■ 진단과 유사증상은

증상과 수면습관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경증이 12세 이후에 시작돼 빈도가 잦고, 지속시간이 길고, 몽유병이나 야경증 가족력이 없으면서도 낮에도 증상이 나타나고, 생활 스트레스와 관련돼 있다면 다른 질환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특히 야경증이 중년기나 노년기에 처음 시작됐다면 반드시 뇌종양 등 기질적 요인을 찾아봐야 한다.

아울러 야경증을 비롯한 비슷한 증상과 구분해야 한다. 야경증을 포함한 수면장애 중 '수반 수면증'에는 악몽증과 수면보행장애(몽유병), 잠꼬대, 수면 관련 머리 부딪히기(수면 중에 율동적으로 머리를 흔드는 것), 야뇨증 등 다양하다.

이 중 악몽증은 야경증과 달리 얕은 수면단계(REM 수면)에서 생겨 새벽에 많이 나타난다. 증상은 야경증과 비슷하지만 정도가 약하고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와 꿈 내용을 잘 기억한다.

공황장애는 혼돈이 없고, 심한 행동장애를 보이지 않으며, 쉽게 잠들지 못하며, 아침에 전날 밤 상황을 잘 기억하는 등 야경증과 차이가 난다.

또 야간 간질도 야경증 증상과 함께 손발이나 몸의 이상한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뇌파검사로 감별할 수 있다.

■ 생활에 방해되면 병원가야

3주 이상 거의 매일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방해가 되면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성장하면서 증세가 대부분 없어지고, 정신질환으로 악화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치료하지 않아도 되고 상담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야경증 증상과 함께 간질 발작이나 손발, 몸에 이상한 움직임이 나타나면 병원을 가야 한다. 아울러 낮에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병원에서 다른 질환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야경증은 상담과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부모가 야경증을 앓는 자녀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야경증이 아닌 성장기에 흔히 나타나고, 몸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잘 설명해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잠자리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수면 위생교육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야경증 증세가 끝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자녀의 침대 주변에 다칠 수 있는 물건을 치워야 한다.

야경증 증세와 빈도가 변하거나 3주 이상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때 가정용 캠코더로 자녀의 증세를 찍어두면 병원에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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