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사직서를 냈으나 법무부장관이 "사태 수습과 수사 마무리가 우선"이라며 되돌려 보낸 바 있다. 그러나 거세진 '검찰 책임론'이 민심과 정국을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물러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그의 퇴진이 혼란을 수습하고 검찰의 자세를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
임 총장은 어제 "최선을 다했으나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많은 국민을 슬프게 한 결과를 초래한 것에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을 갖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로 국민 신뢰를 높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인간적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의 '사퇴의 변'은 겸허하고 진솔하게 허물을 인정하고 사죄한 점이 두드러진다. 극단으로 엇갈리는 강파른 주장과 모호한 침묵이 혼란을 부추긴 것에 비춰, 진지한 자기성찰과 함께 국민을 위무하려는 진정어린 뜻으로 평가하고 싶다. '정치적 타살'을 외치는 이들은 권력비리 척결의 당위성과 임 총장의 사죄 사이에 있는 법 원칙과 수사 관행 등을 공정하게 헤아렸으면 한다. 특히 법률가와 언론의 냉철한 안목이 아쉽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의 고뇌와 사죄가 그대로 검찰과 정부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제 대검 간부ㆍ검사 회의도 유감보다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한 느낌이었다. 또 고도의 정치적 사건의 책임을 애초 검찰이 모두 짊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사과정의 이런저런 허물을 빌미로 과장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검찰의 엄정한 사정수사를 이끄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
검찰은 그제 구속영장이 기각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수사를 비롯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후임 총장 인선에서 정치성 배제와 검찰권 독립을 맨 먼저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 검찰'은 결국 권력을 다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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