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자로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운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국정원이 나서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후계 결정이 아직은 확정적이지 않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후계 결정이 은밀히, 그리고 신중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쏟아지는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러 정황에 비춰, '김정운 후계'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후계 구축위해 '핵 문제' 활용
북한은 왜 3대 세습의 무거운 짐을 지면서 김정운을 후계자로 결정하였을까.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후계 결정은 체제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북한이 체제 미래와 관련하여 모종의 결단을 내렸고,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선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과 관련하여 후계구도 설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북한의 처지에서 체제를 안정적으로 고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운의 후계 지명은 가장 안정적인 후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볼 만하다.
김정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1983년 출생으로 김 위원장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스위스 베른 유학설,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현재 북한을 이끌어가는 '혁명 2세대'에 의해 후계자로 결정되었고, 그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방위원회에 오극렬(당 작전부장), 장성택(당 행정부장) 등이 임명되고, 당에서는 김경옥 제1부부장(조직지도부), 최익규 부장(선전선동부) 등이 새로 진입하는 등 '혁명 2세대'의 진출이 확인되고 있다. '선군정치' 하에서 실질적 권력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국방위원회를 대폭 강화한 것은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후계 권력구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후계자 결정을 오랜 기간 공식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1974년 후계자로 결정되었지만 공식화는 1980년 당대회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2012년으로 예상되는 7차 당대회에서 김정운을 후계자로 공식화하기에 앞서 후계자가 군과 당, 내각을 장악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권력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후계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이 과정이 곧 후계구도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후계 결정은 북핵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일 뿐 아니라, 후계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은 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특성상 북핵 문제 등 국가적 과제의 해결을 후계자의 업적으로 치장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성과를 올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등 '끝장 해결' 추구
다른 한편, 북미와 남북 관계에 얽힌 현안을 마무리해 후계자에게 안정적인 통치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근본문제'를 대충 해결하지 않고 '끝장을 보는 방식'으로 나올 것이다.
'당면의 현안'과 '미래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섣부른 양보와 적당한 타협은 미래의 후계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업적이다. 따라서 대치와 위기 상황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김정운의 후계 결정 소식이 걱정스러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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