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15조원의 향방이 사뭇 궁금하다.
올 한해 토지보상금으로 풀릴 돈은 약 20조원. 이중 15조원 가량이 아직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돈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자산시장은 물론 전체 경제흐름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신도시와 택지개발을 위해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상할 돈은 총 20조원 규모이며, 이중 10조원이 지난 1분기에 이미 방출된 상태다. 아직은 '정중동(靜中動)' 상태이지만, 과거처럼 또다시 부동산쪽으로 일시에 몰릴 경우 '초대형 버블'이 유발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얼마나 풀리나
올해 풀릴 20조원의 보상금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쪽에 몰려 있다. 지역별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3조5,000억을 비롯해, 위례신도시 지역(1조5,000억원)과 문정지구(5,800억원) 신내 2지구(3,700억원) 등에서도 대거 돈이 풀린다. 서울지역에서만 무려 5조원 이상의 유동자금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경기 주요 지역에서도 화성 동탄2신도시(5조5,000억원)를 비롯해, 평택 고덕국제화지구(3조1000억원), 인천 검단신도시(5조2000억원) 등이 보상을 시작한다. 이 밖에 고양 향동지구, 파주 운정지구,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도 1조원대 자금이 풀린다.
어디로 갔나
1분기에 이미 풀린 10조원의 토지보상금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소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토지보상금은 대부분 인근 토지나 강남지역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땅값과 집값을 끌어 올리는 촉매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토지보상금을 활용한 '부동산 몰빵 투자'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렇다면 1분기에 풀린 10조원 뭉칫돈은 어디로 갔을까. 주요 은행 PB들의 분석에 따르면 10조원 중 절반 가량은 MMF(머니마켓펀드), 단기예금상품에 바꿔 금융기관에 예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그러나 투자할 곳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대기성 단기부동자금'으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20% 가량은 대토(토지보상)형식으로 다시 토지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10%정도가 서울 한강변 일대 주요 재건축 아파트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노후 대비를 위한 개인연금이나 채권 등에 분산해 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어쨌든 강남의 일반 아파트나 주식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장경훈 하나PB(프라이빗뱅크)팀장은 "지난해 이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으로 충남 연기군을 중심으로 풀렸던 수조원의 보상금이 타워팰리스나 도곡렉슬 같은 서울 강남의 주요 아파트로 몰렸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올해 토지보상금을 받은 자산가들은 부동산 투자보다는 일단 유동 자금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까
관건은 ▦MMF 등에 남아 있는 대기성 자금 5조원과 ▦앞으로 풀릴 10조원 등 15조원의 향배다.
전문가들은 토지보상금이 지금까지는 잠잠하지만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대부분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은 잠복기일 뿐, 금융기관에 잠깐 맡겨 놓은 5조원 부동자금과 올 연말까지 추가로 나올 10조원이 부동산 시장을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과가 같은 '강남아파트 일변도'식 투자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땅(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은 반드시 땅을 다시 산다'는 속설철머, 부동산이 투자처 '0순위'란 사실엔 틀림이 없지만 투자지역과 대상상품은 과거에 비해 꽤 다양해질 것이란 얘기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현재 토지보상금으로 부자가 된 이들이 선호하는 투자 상품은 이제 아파트가 아니라 임대수익이 보장된 오피스텔이나 강남 상가 등"이라며 "이들은 일부 호재가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고 일반 아파트로 자산을 불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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