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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창하고 맑디 맑은 자연… 숲·호수의 나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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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창하고 맑디 맑은 자연… 숲·호수의 나라 핀란드

입력
2009.06.0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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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으로 느끼는 청량함이란! 아픈 역사도 씻어갈듯

울창한 숲 사이사이에 깨끗한 호수들이 늘어서 땅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핀란드의 풍경이다. 나라 이름의 어감에서도 땅의 풍경에서도 청량함이 물씬 뿜어져 나온다.

핀란드는 동서의 관문을 자부한다. 과거 이스탄불이 했던 역할을 지금은 헬싱키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지난 역사가 말해준다.

핀란드가 독립국가를 이룬 건 1917년 이후다. 650년간 스웨덴의 지배 하에 있다가 이어서 100년을 러시아의 통제를 받으며 버텨 왔다. 헬싱키 곳곳에 남아 있는 유적들엔 그래서 서구인 스웨덴과 동구인 러시아의 흔적이 골고루 섞여 있다.

헬싱키 관광지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곳은 수오멜리나 섬이다. 헬싱키 앞에 있는 섬은 300여 개. 그중 수오멜리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뱃길의 중간을 지키고 선 전략적 요충지다.

이 섬을 통치하던 스웨덴은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40여년에 걸쳐 섬 전역에 철옹성의 요새를 세웠다. 이 성곽이 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북쪽의 지브랄타'로 불릴 정도로 천혜의 요새였던 이곳은 러시아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이긴 이후 러시아군 주둔지로 쓰였다.

섬에 남은 건물 중 노란 색은 러시아 지배 때 지어진 것이고, 붉은 색이나 갈색은 스웨덴 지배 때의 건물이다. 스웨덴 왕이 배를 대고 내렸다는 '킹스 게이트'와 크림전쟁 당시 영불함대로부터 호된 공격을 당한 뒤 러시아가 설치한 장거리 대포들이 볼 만하다.

핀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인 '코프(KOFF)'도 이 섬에서 시작했다. 술고래인 러시아 군인과 선원들 덕분에 장사가 잘돼 육지로 진출했다고 한다. 섬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다.

헬싱키의 중심은 헬싱키 대성당이 있는 원로원 광장(Senate Square)이다. 1852년 완공된 대성당은 높은 계단 위에 우뚝 서 있다. 광장에는 러시아 알렉산더 2세의 동상이 서 있다. 이 황제가 핀란드의 민심을 추스리려고 핀란드어를 공용어로 인정해주고 의회를 둘 수 있게 하자, 자신의 말을 찾게 됐다는 고마움에 핀란드인들이 이 동상을 건립했다고 한다.

시내의 암석교회(Rock Church)도 재미있다. 암반으로 이뤄진 언덕 위에 자리한, 1968년 완공된 건물이다. 내부는 실내체육관처럼 둥그런 모양이다. 구리선을 동그랗게 감아 만든 지붕이 특이하다. 구리 지붕에 들어간 구리선이 2만 2,000m라고 한다. 구리 천장에 반향된 파이프오르간의 음색이 곱다.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를 기리는 시벨리우스 공원도 반나절 휴식을 보내기 좋다. 바다 옆에 위치한 공원에는 시벨리우스 음악을 표현한 스테인레스 파이프 구조물과 시벨리우스 얼굴상이 설치돼 있다.

핀란드는 디자인 강국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디자이너 알바 알토(1898~1976)도 핀란드인이다. 헬싱키 시내에 '디자인 지구'가 조성돼 있다. '디자인 포럼 핀란드' 소속 170개 회원 업체들이 각기 독특한 디자인을 펼쳐보이는 곳이다.

알바 알토의 가구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아르텍'을 비롯해 '이탈라' 등 유명 디자인 제품 전시장들이 디자인 포럼 회원사다. 포럼에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한 식당이나 호텔도 가입돼 있다. '카르마'란 식당은 톡톡 튀는 모양의 의자가 유명하다. 이 식당에서 식사 후 그 의자를 사 가는 이들도 있다.

디자인 포럼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핀란드 디자인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조직된 기구다. 매년 장래가 촉망되는 디자이너를 선정해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금난을 겪는 중소업체와 신진 디자이너를 연결시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포럼이 있는 건물의 한쪽엔 포럼 소속 디자인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장도 마련돼 있다.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핀란드인들에게 우리가 소위 '명품'이라 부르는 브랜드는 그냥 비싸기만 할 뿐 그저그런 것이다. 그들은 "돈만 많으면 거지도 살 수 있는 것은 명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헬싱키 시내에도 유명 고급 브랜드 매장들이 있지만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만 찾는다는 게 그들 이야기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가위혁명' 대장간마을 피스카스, 예술촌 변신 '또다른 꿈'

오렌지색 손잡이가 달린 가위 하나로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 기업이 있다. 노키아만큼이나 유명한 핀란드 기업 '피스카스(Fiskars)'다. 각종 가위는 물론 손도끼 야전삽 쟁기 등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군이 유일하게 수입해 쓰는 장비가 피스카스의 도끼와 야전삽이라고 한다.

헬싱키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피스카스 마을은 피스카스 기업의 탄생지다. 호수와 강을 끼고 있는 아늑한 이곳에서 1649년 제련산업이 시작됐다. 주변 국가들의 잦은 전쟁 덕분에 제련산업은 급성장 했다.

1757년에는 주변에서 구리광산까지 발견돼 마을은 번성기를 구가했다. 1822년 요한 본 율린이란 이의 진두 지휘로 마을은 제련산업을 더욱 크게 확장했다.

피스카스가 1967년 생산한 오렌지색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가위는 기존 쇠손잡이 가위의 불편함을 극복해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이 가위는 영국 여왕도 사용하는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피스카스가 성장하면서 회사는 좁은 마을을 떠나 넓은 곳으로 옮겨갔다. 마을은 금세 텅 비면서 이전의 활기를 잃어버렸다. 90년대부터 이 빈 마을에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예술촌을 만들었다.

현재 600여명의 주민 중 150명이 예술가들이다. 마을에선 이들이 준비하는 각종 전시회가 연중 끊이질 않는다. 가위와 쟁기를 만들던 마을이 이젠 디자인과 예술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피스카스사가 사용하던 창고와 공장들은 훌륭한 전시 공간으로 거듭났고, 19세기 지어진 마을의 목조, 석조 집들은 원형 그대로 남아 예술인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아름답고, 마을 위쪽 호숫가에 세워진 전통 사우나 목조 통나무집도 인상적이다.

피스카스(핀란드)=글·사진 이성원기자

■ 여행수첩/ 핀란드

● 핀란드가 가까워졌다. 지난해부터 헬싱키와 인천을 잇는 직항이 뚫렸다. 핀에어가 주 4회(월, 화, 금, 토요일) 운항한다. 헬싱키 노선은 유럽을 가장 짧은 시간에 잇는 항로다. 헬싱키로 갈 때 9시간~9시간 30분, 귀국편은 8시간~8시간 30분 걸린다.

● 시차는 6시간 늦다. 통화는 유로를 쓴다.

● 헬싱키는 크루즈 여행의 주요 기점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이나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가는 크루즈가 매일 운항한다.

● 헬싱키에선 돈 주고 생수를 사 먹을 필요가 없다. 욕실 등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그리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것처럼 차갑고, 염소같은 이물질의 냄새가 하나도 없다. 웬만한 유명 생수 이상의 물맛이다.

● 치안도 잘돼 있다. 헬싱키는 스위스의 취리히, 베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3대 도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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