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과 서방의 화해를 촉구하는 역사적 연설을 했다.
3일 사우디 아라비아에 도착해 프랑스 등 중동ㆍ유럽 4개국 순방을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이슬람과 서방은 수 세기 동안 공존과 협력의 관계를 이어왔으나 갈등과 종교적 전쟁을 겪었다"며 "이제 의심과 불화의 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아랍어로 청중에게 인사를 건네며 연설을 시작해 큰 박수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과 맞서 싸우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책무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무슬림도 미국이 이기적인 제국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우리가 맞서야 할 우선적인 사안은 모든 형태의 폭력적인 극단주의"라며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평화의 핵심 과제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독립국가를 바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을 미국이 지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부대를 유지할 의도가 없으며 영구적인 군기지를 만들 생각도 없다"면서도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뿌리 뽑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은 대선 후보 시절 무슬림 세계와 관계 개선을 위해 당선될 경우 취임 100일 이내에 무슬림 국가의 수도에서 연설하겠다고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년 동안 지속된 서구와 이슬람 사이의 긴장과 대립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P통신은 "오바마의 카이로대학 연설은 서방과 무슬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중요한 연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주요 방송을 통해 중동 지역에 생중계됐으며 백악관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인터넷 웹사이트에도 연설문 내용이 게재됐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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