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이 여러 이유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ㆍ29재보선 참패와 국정 쇄신 및 당 쇄신 논란 등을 거치며 복잡 미묘한 힘의 이동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형인 이 의원은 6선 중진으로서 그동안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4ㆍ29재보선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낙선하고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입지가 다소 주춤했다.
특히 국정 쇄신과 당 쇄신 논의 과정에서는 이 의원이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결국 이 의원은 3일 '정치 2선 후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에서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일단 이재오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 축소가 이 전 의원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당직 인선에서 그런 측면이 있긴 했다. 경선으로 뽑힌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 전 의원과 가깝고, 장광근 사무총장도 이 전 의원에 우호적이다. 특히 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에는 이 전 의원의 최측근이자 대변인 역할을 하는 진수희 의원이 임명됐다.
이 전 의원의 측근 또는 가까운 사람들이 당의 중요 포스트를 맡아 이 전 의원의 힘이 세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물론 이 전 의원 측은 "당의 일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이 전 의원은 강의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여전히 조심스럽다. 괜한 오해와 역풍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이상득 의원의 공백을 이 전 의원의 역할 확대로 곧바로 연결짓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친이 핵심 의원은 "현상적으로 이 전 의원의 영향력이 강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이 원외인 데다 당직도 없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가 "당분간 권력공백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편으론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가 친이 소장그룹의 역할 강화를 부를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나름의 협의체를 만들고, 청와대와의 직접 소통 등에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현재로선 여전히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고유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향후 당 쇄신론 전개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의 권력구도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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