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를 구조(區鳥), 시조(市鳥), 도조(道鳥) 등 상징새로 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환경부가 1일부터 비둘기를 유해 동물로 공식 지정해 자치단체장의 허가만 받으면 포획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는 졸지에 해조(害鳥)를 상징물로 삼은 꼴이 된 데다, 생사 여부까지 결정해야 하는 묘한 처지에 놓였다.
비둘기는 까치와 더불어 지자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징물이다. 서울만 해도 전체 25개 구 중 도봉ㆍ은평ㆍ용산ㆍ송파ㆍ서초ㆍ구로구 등 6곳, 광주ㆍ전남에서는 29개 광역ㆍ기초단체의 절반을 넘는 15곳이 비둘기를 상징물로 삼고 있다.
비둘기를 '평화를 상징하는 길조' '희고 깨끗한 구민의 친근한 벗' 등으로 칭송하다 포획 허가권을 쥐게 된 이들 지자체는 몹시 난감해 하고 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명색이 구의 상징인데 유해 동물 신세가 돼 착잡하다"면서 "그래도 평화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던 새인데 바로 포획에 나서는 것도 야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용산구청 측은 "그렇지 않아도 비둘기에 피해를 입었다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많다. 안타깝지만 정부에서 정한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상징물을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도조가 비둘기인 경기도는 "최근 비둘기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은데다 유해 동물로 지정된 만큼 주민들 의견을 모아 상징물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구청도 "(교체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포획은 허가하더라도 상징새 교체에는 고개를 젓는 지자체도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예부터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온 비둘기가 아니냐"며 "(포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면 본래의 평화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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