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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루한 현대차 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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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루한 현대차 노사관계

입력
2009.06.0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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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경제가 좋지 않으니 아마 임금인상이나 파업공세는 자제할 것입니다".

두 달 전, 누군가 올해 현대자동차 노사교섭 전망을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하던 것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 8만7천원 인상에 추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어 파업도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 개선을 조건으로 노후차 교체 지원정책을 통해 자동차 경기부양을 도와준 정부와 국민은 머쓱하거나 불쾌한 반응이다. "그러면 그렇지 무슨 변화가 있을라고..."

원칙과 경제여건 아랑곳 않아

지난 20여년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은 현대차 노사의 갈등은 결국 올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6.4%와 70.9% 하락했다. 앞으로 도 환율하락으로 실적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지켜보는 이들은 답답할 뿐이다.

미국 GM은 파산보호 결정이 내려졌고 세계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유연한 생산방식의 구축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데, 현대차는 신차종 생산이나 인력 재배치에서 노조의 합의를 얻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대로는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높일 획기적인 해결방안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독과점적인 내수시장 파워를 통해 중소기업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용은 깎고 차 값은 올리는 것만이 현대차 노사의 유일한 상생 전략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0명이 넘는 노조전임자와 8개 계파간의 다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일상적 무시, 관련 하청기업에 신세를 지는 지속적 임금인상 등등, 이른바 대기업 이기주의 노동조합 운동의 전형으로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사는 도무지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할 일없이 남의 일에 훈수나 두는 것처럼 비칠 정도다.

이런 현대차 노사관계의 질긴 관성은 경영진의 '눈치보기'대응이 한 몫을 해왔다. 노조와는 기존 관행을 인정하고 서둘러 타협하는 것이 회사 생존을 위해 최선이라는 안이하고 무력한 경영규범이 노사관계의 담합성을 지탱해온 것이다. 담합은 제3자의 피해를 묵인 내지 조장하면서 쌍방간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이다.

그런 현대차 경영진들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13년 묵은 과제를 원칙대로 시행하길 원한다고 한다. 올해 교섭에서 생산과 인력배치 방식의 변경은 노사합의에 따라야 한다는 경직된 합의를 경영측이 문제 삼는 것도 원칙을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현대자동차에도 새로운 노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노사가 원칙을 되찾는 것이 회사 발전에 더 중요하다. 사측의 후한 임금지원에 힘입어 그렇게 많은 전임자를 둘 수 있었던 불합리를 경영진이 통감하고 노사관계 원칙을 지키길 바란다. 여기서 원칙이란 한마디로 노조 활동을 보장하되 사측과 독립된 위치에서 자주적 노조운동을 하도록 노사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노사관계와 경제 미래 걸려

나는 덩치에서 한국 노사관계의 대표주자이면서도 내용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현대자동차의 담합적 노사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원칙의 시행을 통해 근본적인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사간, 노ㆍ노간, 기업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다. 누구의 이익이 더 중요한지 따지기도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외면한 채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와 경제의 발전을 얘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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