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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의정비 부당인상' 주민소송 승리 이끈 '열혈 여성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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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의정비 부당인상' 주민소송 승리 이끈 '열혈 여성 삼총사'

입력
2009.06.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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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서울 금천구청장)는 별지 목록 기재 사람들(금천구의원)에 대하여 각 2,256만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라."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편법으로 인상한 구의원들의 의정비를 돌려 받으라는 판결이 내려진 순간, 송정순(39) 안지성(39) 최현남(53)씨는 기쁨에 들떠 서로에게 속삭였다. "우리, 일 낸 거야?"

법원은 이날 금천구와 함께 도봉구와 양천구에도 각각 구의원 1인당 2,136만원, 1,915만원의 의정비를 환수하라고 판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집행 등을 견제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주민소송제'가 2006년 도입된 이후 주민들이 승소한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금천구는 95년 구로구에서 분리된 짧은 역사 탓에 시민단체 등 주민자치활동이 아직 튼실하게 뿌리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승리여서 주민들의 기쁨이 남달랐다.

주민소송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07년 9월. 원래 무보수 명예직이던 지방의회 의원이 유급화 된 지 1년도 못돼 대부분 지방의회들이 2008년 의정비를 최대 150% 올리는 등 '대놓고 제 배 불리기'에 나섰다.

금천구의회 역시 1인당 3,024만원이던 의정비를 2008년 5,280만원으로 인상하려던 참이었다. 신문에서 소식을 접한 송정순씨는 화가 났다. "부자동네도 아닌 지역에서, 구민들 마음을 대변해 주겠다던 사람들이, 그 이웃들이 낸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꼴을 참고 볼 수가 없었어요."

송씨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대자보를 만들어 골목골목을 돌며 붙였다. 구민들의 힘을 모아 의회의 잘못된 행동을 막기 위한 모임에 나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15명이 모였다.

그러나 일부는 7년째 민주노동당 금천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씨의 이력을 들어 '특정 정당이 구민들을 꾀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송씨는 순수한 뜻으로 시작한 일이 곡해 받아서는 안되겠다 싶어 유인물과 피켓을 만드는 작은 일조차도 일절 당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송씨의 동네 이웃 안지성, 최현남씨가 발 벗고 나섰다. 독산동 '새터교회' 목사인 안씨는 지역사회 봉사에도 열심이었고, 최씨는 한부모ㆍ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뭉친 3인방은 다른 주민 10여명과 함께 구청 앞과 의원들 집 앞에서 항의 1인 시위를 하고, 시장통과 거리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의정비 인상 반대 서명을 펼쳤다.

이들은 주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이웃들의 아픔도 알게 됐다고 했다. "평소 알던 아주머니가 내용엔 공감한다면서도 서명을 받으려니 '남편 오면 한다'고 미뤄 서운했어요. 한 번 더 찾아갔더니 아이를 시켜 서명을 하더군요. 그 분이 한글을 몰랐던 거에요." 안씨는 "이런 분들 위해서라도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금천구의회는 그 해 12월 의정비를 대폭 인상하는 조례안을 보란 듯이 통과시켰다. 조례안이 통과되던 날, 본회의 방청 신청을 하고 이의를 제기했던 이들은 결국 직원들에게 '죄인' 취급을 받으며 끌려 나와야 했다.

이들은 "구와 구의회의 변화를 끌어내려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1월부터 주민감사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유인물 배포와 1인 시위, 서명운동도 계속 이어갔다.

특히 최씨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오래 걷기도, 서있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한겨울 칼바람 속을 누볐다. "그때는 한의원 가서 침 맞고 곧바로 1인시위 하러 갔다가, 저녁에 모여 대책회의 하는 게 생활의 전부였어요. 그래도 어떡해요. 세 명 중에 유일하게 미혼이어서 시간도 많은 제가 더 일해야죠. 호호."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주민들도 점차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위할 때 구의원들 휴대폰 번호, 구청ㆍ구의회 전화번호를 모두 피켓에 적고 '항의전화 합시다'라고 외쳤어요. 그런데 어느날 들리는 얘기가 구청에 하도 항의전화가 많이 와서 아예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다는 거에요. 바로 그때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정말 할 수 있겠다고."(송정순씨)

지난해 5월 초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해 8월 '의정비를 재결정하라'는 결과를 받아냈다. 그러나 구와 구의회는 주민감사가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버티기를 계속했다. 구청장과 의회의장은 면담도 거부했다.

결국 이들은 주민소송을 나섰다. 소송을 결정하고도 그동안 선례가 거의 없어 막막하던 차에 공익소송 전문 법무법인 공감에서 무료변론을 자청했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주민소송에서 塑?승소했지만,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금천구가 "의정비 인상 찬반여론 조사가 호도됐다는 부분 등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송씨 등은 금천구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마디로 "염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같은 내용의 주민소송을 내 10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성동구 주민들과 이제 막 주민소송을 시작하는 서대문구 주민들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당시를 회상하며 웃으며 수다 떠는 날이 꼭 올 거에요."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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