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책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방한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이 4일 "북한의 불법적 금융행위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레비 차관은 "북한이 금융시스템을 악용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국가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불법 자금세탁 차단 방안을 거론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특히 레비 차관은 허경욱 기재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무기 및 마약 판매 대금, 위조지폐' 등을 불법자금의 예로 들면서 "불법자금 세탁이 사라지도록 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을 확대하자"고 밝혔다고 허 차관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 위폐인 '슈퍼노트'나 북한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고 허 차관은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하는 레비 차관의 발언인 만큼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에 더해 미국이 독자 금융제재를 병행할 테니 한국도 협조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표단장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갖는 등 바삐 움직였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 대통령을 접견하면서"북한이 과거와 같이 도발을 하고 나서 다시 협상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며, 미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또 오후에는 서울대에서 외교학과 학생 7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대응에 매우 고무돼 있다"며 "지금이라도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선다면 환영하겠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아닌 뭔가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발견된 슈퍼노트 배후가 북한이라는 외신 보도 진위를 묻자 "(북한의)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은 5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중국과 북한 핵실험 제재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협의하고, 제재 실행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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