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하락과 반등이 교차하는 지점, 변곡점에 섰다. 상반기 내내 바닥을 다져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지만, 변곡점을 뚫고 올라서려는 강도가 그리 세지는 않다는 게 문제다.
대내외 악재들이 맞물리면서 자칫 반등으로 돌아서지 못한 채 장기 침체 국면이 지속될 수도 있는 상황. 상ㆍ하반기를 연결시켜주는 6, 7월은 우리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광공업 및 서비스 생산이나 경기종합지수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소비 투자 수출 고용 등의 지표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진단도 비슷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산업생산의 전월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와 수출, 고용 등 전반적인 경기는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복의 강도가 약해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해외 기관들의 진단이 더 낙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경기선행지수(CLI) 보고서에서 한국의 3월 CLI는 96.8로 전달(94.6)보다 2.2포인트 증가했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이 0.2포인트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특히 2월에 이어서 3월에도 30개 회원국 중에서 증가율이 두 달 연속 가장 높았다. CLI는 통상 6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향후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가 가장 빠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렇게 엇갈린 진단 속에서 6, 7월은 지속적인 침체냐, 회복세 전환이냐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핵 리스크, 정국 혼란, 국제유가 재상승, 원화 가치 상승, 노동계 하투 등 안팎 여건도 몹시 불리하다. 이와 관련,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3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6월은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가는 전환의 달”이라며 “향후 경제 여건을 점검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중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변곡점을 뚫고 올라설 수 있는 최대 관건으로 수출과 투자, 그리고 구조조정을 꼽는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신속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야 경제가 본격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고,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 수출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경제 회복의 탄력이 금세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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