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받는 질문 두 개가 있다. '북한 왜 그래요'와 '전쟁 일어납니까'다. 질문 순서도 대체로 그대로다. 북한이 왜 그런지 설명을 하고 나면, 반드시 따라오는 질문은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다. 언뜻 단순 명료한 두 질문은 최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사를 압축한다.
전쟁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짧은 답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의 국지적인 무력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적 관심 사항인 '북한 왜 그래요'에 대해 얘기하자.
'대미 협상'과 '핵 보유' 저울질
북한의 대미ㆍ대남 강경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심상치 않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로켓 발사와 핵실험이 있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남한을 향해서는 개성공단 분쟁에 이어 군사적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대미ㆍ 대남 강경시위를 동시에 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과거 대미 시위를 하면, 남한에는 유연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그랬다.
한꺼번에 모든 수단을 동원한 동시 압박도 특이하다. 대체로 북한은 하나의 수단을 사용하고, 미국과 남한의 눈치를 본 후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왜 이례적으로 대미ㆍ대남 동시 강경대치로 상황을 몰고 가는가. 왜 조급해 하는가. 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한편에서는 북미 관계 조기 개선용으로 본다. 이 입장은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오바마 정부 임기 초기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미국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북한에게 김정일 정권의 안정과 경제회생, 그리고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 북미관계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 북한체제의 안정적 미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 임기 초반에 북한이 주도하는 북미관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은 불가능하다. 이 조급함이 강경 행보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후계구도 조기 구축용으로 본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이후 조기 후계구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조기에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느냐가 북한체제의 연속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후계구도 조기구축 논리는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됨으로써 외부의 간섭 없이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보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최근 3남 김정운의 '후계 결정설'이 나오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견해는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과의 이른바 빅딜 용이 아니라 핵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의 강경 행보가 북미관계 조기 개선을 위한 것이냐, 후계구도 조기 구축을 위한 것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전자는 북한의 핵개발 시도가 보유가 목표가 아니라 북미관계 정상화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후자는 핵 보유 그 자체가 목표가 되고, 군사강국으로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외부 세계의 대처도 전자라면 대화로, 후자라면 압박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의 행동에 대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미국ㆍ국제사회도 선택 기로
북한의 핵실험과 강경 행보는 현재 대미 협상과 핵 보유의 중간 언저리에 있는 것 같다. 거기서 미국의 반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은 한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다. 그 방향이 어디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다.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 것인가, 아니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줄 것인가. 선택의 시점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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