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리그 초반, 4홈런에 3할을 넘겼던 이승엽(33ㆍ요미우리). 당시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인터리그에서 16홈런을 쳤던 2006년과 똑 같은 손맛을 느끼고 있다"며 "3년 만에 인터리그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고 반겼다.
그러나 예상 외의 긴 침묵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승엽은 지난달 24일 오릭스전에서 11호 홈런을 치며 센트럴리그 홈런 공동 2위, 타율 3할2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7경기 29타석(26타수)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타율은 어느새 2할4푼8리까지 떨어졌고, 타순도 5번 타자에서 6번, 7번으로 들쭉날쭉하다.
이승엽은 3일 지바 롯데전에서는 2회 첫 타석에서 파울플라이로 물러나자 공수교대 때 곧바로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이승엽의 2군행은 아직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슬럼프가 지속될 경우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이승엽의 극심한 롤러코스터 행보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잔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달초 요코하마 왈론드의 투구에 왼손을 맞았다. 한창 타격감이 좋던 16일과 17일에는 허리통증으로 빠졌다.
지난달 23일 라쿠텐전에서는 상대 선발 이와쿠마의 투구에 오른발을 맞았다. 백인천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이때부터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른발을 들었다 놓는 타이밍이 흐트러졌다"고 분석했다.
지나친 중압감이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라 감독은 시즌 전 이승엽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철저한 경쟁과 성적을 통해서만 주전 자리를 보장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승엽으로서는 잘해도 불안하고, 못하면 못할수록 더욱 조바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희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삼진을 당하지 않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공을 맞히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은 5,6일 도쿄돔에서 니혼햄과 인터리그 홈경기를 벌인다. 벼랑 끝에 몰린 이승엽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지, 2군으로 내려앉을지 기로에 서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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