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천 회장에 대한 영장기각 결정과 함께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뼈 아파할 만한 대목은 이 기각 사유가 거의 약식 판결문 수준이라는 점이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시한 영장 범죄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의문을 제기하면서 구속 필요성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일부 혐의는 사실상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까지 밝혔다. 사실상 검찰의 영장 재청구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의 '선 긋기'가 초래한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야당 등이 천 회장에 대해 제기한 의혹은 천 회장이 2007년 매각한 300억원대의 지분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과의 연관성,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 대납 의혹, 박 전 회장에게 10억원을 받아 요로에 로비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 등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 같은 의혹과 무관한 탈세 정황 추적에 주력했고, "대선자금수사는 하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검찰이 일정한 테두리를 정해 놓고 수사를 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옹색한 결과물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향후 수사 전망도 불투명하다. 영장 기각 사유의 강도를 감안하면 검찰이 천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은 완전히 다른 혐의를 파헤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과 임 총장의 사퇴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임 총장이 선임된다 해도 상처 입은 수사를 이어받으려 할 가능성은 낮다. 후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임 총장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현 정부에'비수'를 겨누기가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후임 총장이 임명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어 그 사이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아직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총장이 자신의 진퇴 문제가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계속됨으로써) 수사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물러난 측면도 있어 보인다"라며 "천 회장 영장 기각으로 인해 수사기간이 연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수사가 유야무야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천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이나, 검찰 인사가 있을 경우 새롭게 편성될 중수부에서 천 회장 의혹의 '본류'를 본격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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