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친환경 생분해 필름이 일을 저질렀다. SKC는 4일 세계 최대 식음료 기업인 미국 펩시코에 스낵 포장용으로 쓰일 생분해 필름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펩시코는 이 필름으로 식품사업 부문 자회사 프리토레이가 만드는 '썬칩'의 새 포장재를 만들어 북미시장 전역에서 판매한다. 식음료 제품의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만든 건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썬칩', '치토스'를 만드는 프리토레이는 미국 스낵시장의 60%, 전 세계 시장의 40%를 점하고 있으며, 지난해 120억달러 매출로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SKC는 세계 1위 식음료 기업이 세계 최초로 만드는 친환경 포장재의 필름을 독점 공급하는 셈이다. SKC는 또 프리토레이로부터 이번 생분해 필름 개발 및 공급 과정에서 보인 역량을 평가 받아 '올해의 혁신공급자상'을 받았다. 6년 동안 흘린 피와 땀이 일궈 낸 값진 열매이다.
SKC는 박장석 사장(당시 부사장)을 중심으로 2003년 필름 산업의 앞날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인 끝에 친환경 필름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박 사장은 "지금이야 친환경이 대세지만, 그 당시엔 어느 누구도 필름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쓸모 없는 짓으로 여겼다"며 "하지만 남보다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밀어 부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C첨단기술연구소에 친환경 필름 개발팀이 꾸려졌다. 미국 카길사가 옥수수 등 식물에서 뽑아낸 고분자 수지(PLA)를 원료로 숱한 시행 착오를 거쳤고, 3년이 지난 2005년 말 고분자 수지를 가로, 세로로 늘리는 고난위도 기술(이축연신)로 다루는 데 성공, 세계에서 처음 식물로 만든 필름을 만들었다.
SKC는 이듬해 '스카이웰(Skywel)' 이라는 브랜드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화학 필름과 달리 땅에 묻으면 짧은 시간에 100% 생분해 돼 흙으로 돌아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페트 제품보다 3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 알렸다. 하지만 친환경 이슈가 일반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제품보다 3,4배 비싼 SKC 제품을 찾는 이는 드물었다.
박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드시 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대신 미래를 먼저 읽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대형 고객을 찾아내 파트너십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때 나타난 게 펩시코였다. 스낵류나 식품 포장도 친환경 소재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프리토레이는 2007년 SKC에 친환경 필름을 활용한 스낵류 포장재 개발을 의뢰했다.
SKC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올해 초 세계 최초로 스낵 포장용 생분해 필름의 대량 양산에 성공했다. 프리토레이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SKC의 필름으로 새 옷을 입은 '썬칩'을 북미시장에 내놓았다.
6년 전 자신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지만, 박 사장은 기쁨 대신 또 다른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박 사장은 "올해 2,000톤 규모인 미국 생분해 필름 시장이 2013년엔 8만톤으로 커질 것"이라며 "SKC의 친환경 필름으로 옷을 입은 식음료 제품들이 전 세계를 누빌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물론 그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가 있기에 가능했다. SKC는 생분해 필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수원에 연간 1만2,000톤의 생산라인을 확보한 데 이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도 올해 말까지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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