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께 취업준비생 권모(23ㆍ여)씨는 친구 소개로 다단계 업체 설명회에 갔다가 "회원 2명만 모집하면 평생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에 솔깃했다. "회원이 되려면 물건을 사야 한다"는 말에 화장품과 액세서리 33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그러나 회원 모집이 여의치 않자, 권씨는 가짜로 회원 2명을 등록하고 대출까지 받아 물품을 구입했다. 각종 수당이 나오는 '멤버' 등급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더 이상 회원을 모으지 못한 그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7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유흥업소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20대 초ㆍ중반의 구직 여성들을 상대로 불법 다단계 영업을 해 수백억대 물품을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3일 다단계 업체 M사 대표 김모(49)씨와 대부중개업자 박모(32)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02년 7월부터 최근까지 8,297명을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시키고 이들에게 화장품과 액세서리 등 250억원 어치의 물품을 판매한 혐의다. 이들은 또 자금이 없는 회원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4억2,5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20대 초반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아 2, 3일간 집중 교육을 해 회원으로 끌어들인 뒤 납품가의 3~20배 가격에 물품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대부업체 대출을 알선하면서 중개 수수료로 대출금의 10%를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의 불법 다단계 업체는 40~50대 중년층이 주 대상이었으나 이들은 사회 물정에 어두운 20대 취업 준비생들을 노렸다"면서 "피해 여성들 중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유흥업소 접대부로 전락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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