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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한류? 축배 이르다… 대대적 홍보 불구 日등 현지반응 '밍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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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한류? 축배 이르다… 대대적 홍보 불구 日등 현지반응 '밍밍'

입력
2009.06.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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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마츠나가 나오코씨(42ㆍ여)는 한국인 친구에게서 "요즘 일본에서 막걸리 붐이 일고 있다는 데 정말이냐"는 질문을 받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나오코씨는 "한국음식점을 중심으로 막걸리가 조금씩 팔리고는 있지만, 일본인들이 그다지 즐겨 찾는 술은 아니다"라며 "마시고 나면 냄새가 심해 주위사람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류 회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 중국 등지에 국산 술 수출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열풍' 혹은 '붐'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지 반응은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에게 서민 술인 소주는 고가에 판매돼 저변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고, 맥주는 저가주 시장에서 겨우 자리잡는 정도이며, 막걸리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414만상자(500㎖ 20병 기준)를 수출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의 211만상자에 비해 2배 가량 신장한 것이다. 하이트는 특히 일본에서 '프라임 드래프트'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전체 수출량의 절반이 넘는 249만상자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하이트가 일본에서 판매한 제품은 맥주 원료인 맥아가 100% 들어가지 않은 '제3맥주' 혹은 '유사맥주'로, 엄밀히 따지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맥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100엔(1,300원) 남짓. 일본의 제3맥주 중에서도 최저가에 해당한다. OB맥주도 일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3맥주를 공급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한 실정이다.

반면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의 맥주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100% 맥아맥주시장에서는 우리 맥주를 찾아볼 수 없다. 하이트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맥아가 많이 들어갈수록 맥주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맥아의 함유량을 조절,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며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주시장은 반대의 경우다. 롯데주류(구 두산주류)는 지난해 소주 1억2,000만병(360㎖ 기준), 진로는 1억770만병을 수출하는 등 2억병이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적지 않지만, 좀처럼 시장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이는 5년 전인 2004년 판매량(2억7,000만병)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현지에선 소주시장의 정체 원인을 프리미엄 전략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주 수출의 90%를 점하는 일본에서 진로와 롯데는 일본 소주에 비해 20~30% 비싼 고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700㎖짜리 국산소주 한병이 슈퍼마켓에서 700엔대(1만여원)에 팔리고 있고, 일반 음식점에서는 2,000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 일본 여행객은 "1,000엔 이하 가격에 괜찮은 프랑스산 와인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하면 소주 값에 너무 많은 거품이 끼어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도 최근 해외시장에서 눈길을 끌고는 있지만, 아직은 찻잔 속의 폭풍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많다. 최근 일본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박모(38)씨는 "막걸리가 한국음식점이나 한국인이 자주 찾는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이 찾고 있다"며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냄새 제거, 숙취 등 건너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막걸리 업계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국순당은 막걸리에 키위, 자몽, 파인애플 등 생과일을 섞은 막걸리를 개발했고, 참살이탁주는 탄산 생성을 억제해 트림을 방지하고 숙취를 줄여주는 탁주를 개발, 일본시장 공략에 나선다.

박민서 국순당 막걸리 담당과장은 "한국의 전통주를 세계화 하려면 웰빙 이미지를 강화하고, 뒷끝이 없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비록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업계가 꾸준히 노력하면 진정한 '열풍'이 불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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