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잠을 설쳤다며 몸서리를 친다. 새벽에 별안간 눈이 떠졌는데 전날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가 되살아나더라는 것이다. 아침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었단다. 이야기는 이렇다. 산타클로스가 한 소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다. 예쁘고 튼튼한 자전거와 축구공. 그런데 소년은 기뻐하지 않고 구슬프게 울었다. 소년에게는 두 발이 없었다. 공포라기보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이런저런 유머나 괴담들은 그 시대의 잣대 역할을 했다. 한바탕 웃게 하던 유머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만큼의 여유도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대신 아이들 사이에서 홍콩 할머니다, 유영철이다 괴담만 떠돌았다. 이번 이야기는 이전의 두 이야기와는 판이하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대상이었던 산타클로스의 유별난 행동이 거슬린다. 실수라기보다는 어쩐지 산타클로스의 심술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산타클로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소년에게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따로없다.
잘못 배달된 선물은 두 발이 없는 아이의 설정만큼이나 공포스럽다. 동화 '빨간 구두'에서처럼 빨간 구두를 신은 두 발목만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모여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무서워하고 있는 걸까. 단지 아이들뿐일까. 괜히 자전거와 축구공이 섬쩍지근해지는 아침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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