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갑작스레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검찰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검찰 책임론’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총장이 공석이 되면서 무게 중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임 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간부들은 총장의 자진 사퇴가 몰고 올 후폭풍과 여론의 반향을 주시하며,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박연차 리스트’ 수사 진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번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니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임 총장의 인간적인 고뇌는 이해하지만 적어도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버텨주는 것이 검찰 조직과 수사팀을 위하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중수부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았지만 임 총장께서 수사를 끝내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총수가 공석인 상태에서 남은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외부 변수로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총장이 중간에 물러나는 일이 거듭되는 것은 검찰 조직의 독립성을 위해 좋지 않다”며 “11월까지 임기를 채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도입됐으나, 이후 취임한 15명의 검찰총장(임채진 총장 포함) 가운데 임기를 마친 경우는 김기춘ㆍ정구영ㆍ김도언ㆍ박순용ㆍ송광수ㆍ정상명 전 총장 등 6명에 불과하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천신일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 때문에 수사가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을 상황이 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책임론에 희생양이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