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종교지도자 오찬에 불참키로 했다. 조계종 기획실은 3일 "지관 스님이 오래 전부터 잡아놓은 선약이 있어 오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며 "다른 스님이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관 스님의 불참은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대통령이 현 시국에 대해 종교지도자들의 조언을 구하겠다는 오찬의 성격상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빚어진 정부와의 마찰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련의 불교 현안과 관련, 청와대에 대한 불교계의 반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조계종 관계자는 "국민장 때 불교식 대나무 만장 사용을 막은 것을 비롯해 현 정부에 대해 불편한 정서가 없지 않다"며 "사찰 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한 채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연공원법 개정, 정부 인사들의 잇단 종교차별 등도 반감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구차하게 현안 때문에 오찬을 거부하겠느냐"며 "피치 못할 선약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이런 저런 사회 분위기도 감안한 결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의 최측근인 조계종 총무부장 원학 스님은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종단에서 지내기로 했고, 아직 재중이니까…"라고 말해, 선약 외의 변수가 작용한 것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다만 원학 스님은 "3일은 지관 스님 생신이어서 오찬 참석 여부를 두고 집행부 스님 회의를 따로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오찬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이 참석해왔다. 지관 스님 외에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희중 주교, 최근덕 성균관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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