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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만년 2등 펩시, 1등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입력
2009.06.0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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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콜라로 친숙한 미국 펩시사(社). 흔히 코카콜라에 이은 '2등 콜라회사' 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펩시는 현재 스위스 네슬레에 이은 세계 2위의 종합식음료그룹. 연 10억달러 이상 판매되는 '메가브랜드'만 18개(1위는 23개의 P&G)에 이르며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가운데도 10% 이상 매출신장을 기록한 막강 성장기업이다. 펩시의 성공 비결은 뭘까.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만년 2등 기업, 펩시의 대변신'이라는 보고서에서 그 비결을 '깨어있는 2등 정신'에서 찾았다. 타성에 젖기 쉬운 1등보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자극제로 삼아 끝없이 도약을 꿈꾸는 2등이 낫다는 얘기다.

1902년 콜라회사로 출발한 펩시는 늘 2등에 머물렀다. 경쟁이 절정에 달했던 1950~70년대에는 코카콜라의 핵심임원을 스카우트하고 각종 판촉 캠페인을 공격적으로 펼쳐 봤지만 늘 코카콜라에게 한 수 뒤졌다. 결국 미 언론들은 1996년 "100년 콜라전쟁에서 코카콜라가 이겼다"며 '게임 셋'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펩시는 이 때를 기회로 삼았다. '1등 콜라'의 꿈을 과감히 접는 대신 미래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웰빙 문화 확산으로 콜라의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CEO의 혜안이 결정적이었다. 실제 미국의 탄산음료 소비량은 200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이다.

펩시는 우선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다. 매출의 36%를 차지하던 피자헛, KFC, 타코벨 등 외식사업을 독립회사로 분리해 내 보냈다. 주력인 음료부문에서는 탄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스(98년 트로피카나)와 스포츠음료(2001년 게토레이)를 잇따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신세대를 겨냥한 스낵사업에도 적극 진출해 '도리토스' 같은 빅 히트 상품을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 외식사업을 접자 맥도날드, 버거킹 등 이전까지 펩시음료 사용을 꺼리던 경쟁업체에도 판매가 늘었다. 탄산음료 비중을 줄이면서 '건강에 안 좋은 기업'에서 '웰빙기업'으로 이미지가 개선돼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펩시의 한 임원은 "2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신적일 수 있었다"며 "언젠가 1등이 된다면 다시 2등이 되기 위해 시장을 재정립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승현 연구원은 "1등 기업과 소모적인 경쟁에 매몰되기 보다 새로운 경쟁의 장을 창출한 것이 오늘날 펩시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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