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3일 전격 사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비등하고 ‘박연차 게이트’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검찰 지휘라인의 공백이 우려되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 김경한 법무부장관을 경유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임 총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임 총장은 또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고 사태수습이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되돌아 왔으나, 이번 사태로 인한 인간적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어 검찰을 계속 지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임 총장은 당초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된 뒤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세웠으나 전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건을 이른 시일 안에 종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총장은 6월 중순께 수사를 종결하고 사퇴할 생각이었지만 수사가 장기화할 기미를 보이고 책임론 공방까지 계속되자 검찰의 짐을 덜어주고자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 총장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사퇴를 만류하고 있지만 임 총장의 사퇴 의사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들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일과 중인 오후 2시25분쯤 대검 청사를 떠났으며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지방의 모 사찰에서 칩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김경한 법무장관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이틀 뒤 김 장관의 만류로 사직서를 되돌려 받았다.
법무부는 청문회 절차 등 차기 총장 인선에 적어도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만큼 문성우 대검 차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내세워 검찰을 운용할 방침이다. 문 차장은 이날 오후 5시 대검 부장들과 기획관, 사무국장 등 14명을 소집해 “수장이 사표를 낸 상황이니 근신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통상적 업무는 동요 없이 처리하되 대외업무는 가능한 한 뒤로 미룰 것”을 지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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