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한ㆍ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기간에 가진 10개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철저히 '맞춤형 외교'에 매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하루에 2, 3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계속 가지면서 국가별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에 선택적으로 집중해 성과를 얻어낸다는 전략이었다.
이 대통령은 1일 오전 부아손 부파반 라오스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수력발전과 광물자원 개발을 화제로 떠올렸다. 이 대통령은 이 분야에 대한 협력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지원을 당부하면서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전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부아손 총리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12월 개최하는 동남아 경기대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열린 한ㆍ브루나이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정보통신(IT) 산업 진출을 집중 거론했다. 또 LNG와 석유 등 에너지 자원 개발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도 요청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앞으로 한국처럼 녹색성장에 주목해 친환경 관광산업에 집중하려 한다"며 "양국 관계를 인프라와 관광,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오후에 열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산림개발이 핵심이었다. 두 정상은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현지의 산림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양국 산림개발협력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고 강원 횡성군 자연림에 인도네시아 전통 건축물 건립을 추진키로 하는 등의 세부적 의견 조율도 마쳤다.
이 대통령은 또 현지에서 활동 중인 IT기업과 발전소 건설 분야 등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도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韓食) 외교'에 올인했다.
김 여사는 이날 10개국 정상들에 대한 환영 만찬과 2일 오찬을 한식으로 하면서 직접 식단을 정해 시식까지 해 보면서 테이블에 올렸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식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나서겠다는 것이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김 여사의 의중이다.
이날 만찬에는 정통 궁중요리로 백련초 물김치, 녹두죽, 제주산 전복, 은대구, 소갈비 구이, 메밀차 등이 제공됐다. 2일 오찬에는 모듬 바비큐와 죽순볶음, 쇠고기 찹쌀구이, 잔치국수 등이 준비된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참가국 정상들이 대부분 코스의 접시를 깨끗이 비울 만큼 한식요리를 즐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여사는 이밖에 국내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세안 10개국 유학생 및 한국 학생들과 함께 제주의 산책길 '올레'를 걸으며 환담했다. 김 여사는 아세안 유학생들에게 "한국과 아세안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각자 고국에 돌아가서도 한국 전도사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귀포=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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