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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육필 원고 354편 실린 '전집' 발간/ 연인에 대한 노골적 애정詩 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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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육필 원고 354편 실린 '전집' 발간/ 연인에 대한 노골적 애정詩 빛보다

입력
2009.06.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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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가 준 요 ㅅ 보의 꽃 잎사귀 위에서 잠을 자고/ 늬가 준 수건으로는 아침에 얼굴을 씻고/ 늬가 준 얼룩진 혁대로 나의 허리를 동이고// 이만하면 나는 너의 애정으로 목욕을 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아예 나의 밤의 품 안에 너의 전신이 안기지 않아도/ 그리운 나의 얼굴을 너의 부드러운 열 손이/ 싫증이 나도록 쓰다듬어 주지 않아도/…/ 우리의 사랑이 죄악이라는 것은/ 시(詩)를 쓴다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꾸짖는 것이나 같은 일/…('겨울의 사랑'에서)

연인에 대한 노골적 애정을 표현한 김수영(1921~1968) 시인의 미발표 시가 발굴됐다. 김 시인의 육필 시고를 집대성해 1일 발간된 <김수영 육필 시고 전집> (민음사 발행)을 통해 공개된 이 시는 가로 25㎝, 세로 14㎝ 크기의 메모지에 검은색 잉크로 쓰여진 시.

1954~55년께 쓴 것으로 추정된다. 김 시인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서 석방된 뒤 서울로 돌아와 전쟁통에 헤어졌던 부인 김현경(82) 여사와 재결합하기 직전 무렵이다.

이 전집을 편집한 이영준 미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시의 대상은 김 시인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인연을 맺어 서울에서도 만났던 간호장교 출신의 여인으로, 곧 김 여사와 결합했기 때문에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산문에서 이 여인을 '로 선생'으로 표기한 바 있다.

이 전집에는 모두 354편의 육필 원고가 실려 있는데 1981년 발간된 <김수영 전집-시> 의 텍스트가 된 원고, 김 여사가 소장하고 있던 육필 원고, '김일성 만세'와 '연꽃' 등 지난해 김 시인의 비망록에서 발굴된 시 원고 등을 망라하고 있다.

시인의 자필 원고는 물론이고 김 여사가 정서한 원고, 시인의 여동생으로 '현대문학' 주간을 지낸 김수명(75)씨가 옮겨 쓴 원고, 신문, 잡지에 발표된 시에 시인이 직접 수정ㆍ가필해 실은 원고 등 다양한 판본을 모았다.

편찬 과정에서 김 시인의 첫 발표 시 '묘정의 노래'가 게재된 잡지를 찾아 지금까지 1945년으로 알려졌던 이 시의 발표 연도를 1946년으로 정정했으며, 시인의 일기에는 남아 있지만 확인할 수 없었던 '숫자'라는 시가 이후 '황혼'으로 제목이 바뀌어 발표됐음도 밝혀냈다.

이 연구원은 "170여편의 시를 남긴 김 시인에 대한 연구는 매년 박사학위 논문이 3,4개 정도 나올 정도로 활발하지만 기초적인 판본 연구가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시의 초고, 같은 시를 개작ㆍ수정한 원고 등 입수 가능한 모든 원고를 소개함으로써 김수영 시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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